'박항서 행사' 베트남 사장 한숨···관광버스가 선물 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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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까 페이스북 화면 캡처=연합뉴스]

[라까 페이스북 화면 캡처=연합뉴스]

“베트남에서 생활하거나 일하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인데 54인승 관광버스까지 왔습니다.”

25일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10년 만에 동남아시아 최정상에 올려놓은 박항서 감독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베트남 거주 한국인에게 상품을 공짜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베트남 업체 ‘라까’(LAKA)의 응우옌 딘 뜨 사장이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 전역에 10여개 가죽제품 매장을 둔 라까는 박항서호의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우승 이틀 뒤인 지난 17일 ‘박항서 감사 이벤트’를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생활하거나 일하는 한국인이 연말까지 하노이, 호찌민, 하이퐁, 부온 메 투옷시에 있는 매장을 방문하면 어떤 상품이든 1개씩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이벤트는 지난 23일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24일 관련 보도가 나간 뒤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국인들이 매장으로 몰려와 상품을 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버스 타고 선물 받으러 온 한국인들 [라까 페이스북 화면 캡처=연합뉴스]

관광버스 타고 선물 받으러 온 한국인들 [라까 페이스북 화면 캡처=연합뉴스]

특히 호찌민 매장에는 54인승 관광버스를 타고 온 한국인들이 구두나 가방 등을 1개씩 챙겨갔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국인들이 택시를 타고 한꺼번에 찾아오는 경우도 빈번했다. 심지어 한국으로 선물을 보내달라는 이메일 요청도 쇄도했다.

이 때문에 라까는 25일 오후 페이스북 계정에 긴급 안내문을 올렸다.

안내문에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4시부터 베트남에 장기간 체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함이나 서류 등을 제시하는 한국인에게만 선물을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라까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한국어로 된 글도 함께 게시했다.

뜨 사장은 “어제 오후부터 한국인 수백명이 매장을 찾아 왔고, 이 중 상당수는 관광객이었다”라며 “관광객은 이벤트 대상이 아니지만 그동안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국민을 아끼고 모든 한국인에게 선물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대상을 제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뜨 사장은 “한국으로 선물을 보내달라는 요청도 선착순 100번까지만 수락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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