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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Fed가 문제"…뉴욕증시, 최악의 성탄전야

중앙일보

입력

미 뉴욕증시에 ‘산타랠리’는 없었다. 대신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가 자리 잡았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폐쇄)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설 등으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불안해진 탓이다.

사상 첫 3대 지수 모두 2% 이상 급락 #트럼프, "Fed는 퍼팅 못하는 골퍼" #내년 FOMC에 매파 3명 입성 분석도

2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53.17포인트(2.91%) 급락한 2만1792.20에 거래를 마쳤다.

성탄전야 최대 폭락세를 보인 다우지수. [자료=CNBC]

성탄전야 최대 폭락세를 보인 다우지수. [자료=CNBC]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5.52포인트(2.71%) 내린 2351.1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0.08포인트(2.21%) 급락한 6192.92에 장을 마감했다.

성탄전야에 3대 지수가 모두 1% 이상 하락한 것도 뉴욕증시 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모두 2% 이상 하락하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메리디언 에쿼티 파트너의 조나단 코피나 수석 매니저는 “워싱턴에서 나오는 헤드라인 뉴스들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그 영향은 이른 시일 내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증시급락의 진앙으로 꼽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성탄 전야에도 Fed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 경제의 유일한 문제는 Fed”라면서 “Fed는 시장에 관심을 두지않고, 무역 전쟁의 필요성이나 달러 강세, 심지어 국경 관련 민주당발 셧다운도 이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Fed를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자료=트위터]

Fed를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자료=트위터]

그러면서 “Fed는 파워풀 하지만 퍼팅을 하지 못해서 점수를 기록할 수 없는 골퍼와 같다”는 비아냥도 빼놓지 않았다.

이같은 트윗이 올라온 이후 뉴욕증시 낙폭은 더욱 확대됐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투자자 노트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려 한다면, 금융시장은 더욱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리스크 또한 돌발 악재로 떠올랐다. 미 정부는 국경장벽 예산 관련 접점을 찾지 못하고 돌입한 셧다운에 대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겸 예산국장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년이 돼서야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등극하는 하원이 출범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기존의 50억 달러보다 낮춘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초는 돼야 민주당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행보도 투자자들을 긴장시킬만한 소재로 작용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주요 6개 은행 경영진과 컨퍼런스콜을 통해 ‘금융시장에 대한 대통령 워킹그룹’ 회의를 진행한 뒤 “주요 은행이 개인과 기업에 대한 대출은 물론 다른 시장 운영을 위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정부가 은행의 유동성 상황을 점검한 배경에 혹시 시장이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않느냐는 우려를 샀다.

12월 들어 연일 추락하는 다우지수를 보며 뉴욕증권거래소 직원이 시름에 잠겨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월 들어 연일 추락하는 다우지수를 보며 뉴욕증권거래소 직원이 시름에 잠겨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약해지면서 당분간 약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프루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시장 전략가는 “시장에서는 성장세가 멈출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 듯한 투매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와중에 내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입성하는 것으로 분석돼 시장의 우려를 더했다.

FOMC는 총 12명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8명은 고정이고 나머지 11개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해마다 돌아가며 4석을 채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새롭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4명의 연은 총재들은 상대적으로 매파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4명의 연은 총재는 제임스 불러드(세인트루이스), 찰스 에번스(시카고), 에릭 로젠그렌(보스턴),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 등이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불러드 총재를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은 대체로 매파 성향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 때문에 내년 FOMC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질색하는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는데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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