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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사랑하는 한국 작가, 양혜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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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르윗 뒤집기 - 1078배로 확장, 복제하여 다시 돌려놓은 K123456'(2015) 작품 앞에 선 양혜규 작가. 사진 아비가일 엔잘도. [사진 국제갤러리]

'솔 르윗 뒤집기 - 1078배로 확장, 복제하여 다시 돌려놓은 K123456'(2015) 작품 앞에 선 양혜규 작가. 사진 아비가일 엔잘도. [사진 국제갤러리]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설치작가 양혜규(47) 작가의 블라인드를 활용한 작품 '솔 르윗 뒤집기 – 23배로 확장 후 셋으로 나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Sol LeWitt Upside Down – Structure with Three Towers, Expanded 23 Times, Split in Three)'(2015)이 영국을 대표하는 테이트(Tate) 미술관에 소장된다.

테이트, 양혜규 작품 '르 솔윗...' 소장 확정 #12월 10일부터 테이트에서 전시중 #클라라 킴 큐레이터 "일상의 소재, 조각 작품으로 확장"

테이트 미술관은 1897년 개관한 이래 런던, 리버풀, 세인트 아이브스에 걸친 네 개의 분관으로 운영해 왔다. 이 미술관은 매년 전문가와 후원자로 구성된 구매위원회를 통해 근현대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소장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양혜규의 블라인드 설치 작업은 현재 워커아트센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스톡홀름 현대미술관과 말뫼시 등에 소장돼 있다.

테이트 미술관은 양 작가의 작품을 포함해새로 소장한 작품을  공개하는 'Materials and Objects' 전을 열고 있다.

'솔 르윗 뒤집기 – 23배로 확장 후 셋으로 나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은 2015년 시작된 '솔 르윗 뒤집기' 연작의 시초로 꼽힌다.개념미술가이자 미니멀리즘 작가 솔 르윗(Sol LeWitt, 1928~2007)의 기하학적 구조물을 참조해 제작한 작품으로 미니멀리즘의 유산을 유지하면서도 본래의 구조적 형식을 전복시킨 것이 특징이다.

솔 르윗의 1986년 작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Structure with Three Towers)'을  뒤집어 500여 개의 순백색 블라인드로 대체했다. 원작에서는 반복되는 입방체 구조가 반복되지만 양 작가의 작품에선 70cm이라는 자체적인 규격에 맞춰 ‘23배로 확장’됐다.

양혜규,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2015).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 전경, [사진국제갤러리]

양혜규,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2015).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 전경, [사진국제갤러리]

양혜규는 다년간 블라인드를 재료로 사용해왔다. 일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개방과 폐쇄가 가능한 양가적 특성을 지닌 블라인드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것이다.

테이트 모던의 클라라 킴 큐레이터는 테이트 모던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양혜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양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사물을 독특한 방법으로 변형시켜 작품에 활용해왔다"며 "500개의 베니션 블라인드(납작한 가로대를 엮어서 만든 빛 가리개)를 소재로 한 이번 작품은 블라인드가 평범한 빛 가리개를 넘어서 독특한 조각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킴 큐레이터는 이어 "양 작가는 앞선 세대의 저명한 작가의 작품을 자신의 작품과 연결함으로써 원작자(authorship)와 독창성(originality)의 관습(convention)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블라인드 작품은 관람객이 작품 주변을 돌아다니며 움직일 때 빛의 놀이가 변화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블라인드라는 재료가 프라이버시(Privacy)와 가시성(Visibility)에 대한 생각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2016년 스위스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전시 전경.[사진 국제갤러리]

2016년 스위스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전시 전경.[사진 국제갤러리]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 전시 전경.[사진 국제갤러리]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 전시 전경.[사진 국제갤러리]

양혜규 작가와 테이트 미술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테이트 모던의 새 공간인 테이트 탱크가 오픈할 당시 열린 '탱크–아트 인 액션'전에서 양혜규는 '의상 동차(動車)'를 선보였다. 이어 올해 리버풀 비엔날레에서는 테이트 리버풀 분관 1층 전시장을 '중간 유형' 연작과 벽지 작품이 복합적으로 설치된 공간으로 조성해 주목 받았다. 2020년에는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분관에서 양 작가의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양 작가는 지난 20여년간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해오고 있으며 현재 모교인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4월 한국 및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을 수상하고, 독일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에서 25년 작업 세계를 조명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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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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