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천수, 월드컵 첫 골 영광 이동국에게 돌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천수 얼싸안는 아드보카트 감독
13일 밤(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 스타디온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한국과 토고의 경기에서 한국의 이천수가 동점을 만드는 프리킥에 성공하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팀 벤치로 달려온 이천수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원샷 킬러 본능을 보여주겠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이천수는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모든 약속을 지켜냈다.

0-1로 뒤지던 후반 9분 박지성이 아크 정면에서 얻어낸 천금 같은 프리킥 찬스에서 이천수가 오른발로 감아찬 공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영광을 대부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설움도 한꺼번에 털어냈다. 부상으로 꿈을 접은 이동국을 위한 골뒤풀이도 잊지 않았다. 2002 월드컵 미국전에서는 안정환의 동점골 후 골뒤풀이에서 '안톤 오노' 역할을 맡았지만 이번엔 그가 주인공이었다. 이동국 특유의 골뒤풀이를 하며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의 영광을 이동국에게 돌렸다.

이천수는 2003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그(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했다. 그러나 2년을 버티지 못하고 2005년 여름에 한국으로 되돌아 왔다. 현실적인 선택이었지만, 초라한 귀향이었다. 이천수는 아픔 속에서 성숙했다. 힘든 시간을 툭툭 털어버린 이천수는 후기리그 14경기 만에 7골.4도움을 기록했다. 팀은 우승했고, 이천수는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대표팀에서는 다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1월 두 번의 평가전(스웨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서 이천수는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자존심이 강한 이천수였지만 쉽게 받아들였다. "시간은 충분하다"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리고 해외 원정을 통해 자기 영역을 만들어갔다. 4-3-3이든, 3-4-3이든 이천수의 자리는 확고했다.

한국 대표팀은 2월 1일 덴마크전(백지훈 코너킥-조재진 헤딩슛) 이후 7경기에서 세트 플레이 득점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천수의 오른발에서 프리킥 골이 터졌다.

임장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