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하겠다’던 서부발전, 이해찬 방문에 ‘물청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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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부발전이 21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 일행의 태안화력발전소 방문을 앞두고 전날 용역업체를 동원해 발전소 내부를 물청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서부발전이 21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 일행의 태안화력발전소 방문을 앞두고 전날 용역업체를 동원해 발전소 내부를 물청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김용균씨 사망사고에 환골탈태의 자세로 거듭나겠다고 사과했던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이 21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방문에 맞춰 물 청소를 했다.

시민대책위는 발전소 측이 조사가 진행 중인 재해현장을 훼손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21일 복수의 언론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함께 김 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를 찾았다.

이날 공개된 사고 현장은 김씨가 사망한 당시와는 사뭇 달랐다. 뿌옇게 시야를 가렸던 석탄가루도 흩날리지 않았고, 바닥도 정돈된 모습이었다. 곳곳에는 물기도 보였다. 발전소 측이 전날(20일) 하청업체 노동자를 동원해 물 청소를 한 것이다.

시민대책위가 일부 언론에 공개한 1분 50초 분량의 영상에는 하얀색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컨베이어벨트와 바닥 등을 물로 청소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대표 방문 때는 컨베이어벨트도 가동을 멈췄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조차 가동됐던 컨베이어벨트였다.

시민대책위 측은 “작업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는데 물청소로 열악한 환경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21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대안발전본부에서 1~4호기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21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대안발전본부에서 1~4호기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앞서 서부발전은 지난 11일 김 씨의 사고 수습 중인 상황에서 바로 옆 컨베이어벨트를 1시간여 가동해 비난을 받았다.

근로감독관의 작업중지 명령까지 위반한 조치였다.

이에 발전소 측은 “고장 났던 벨트 정비가 끝난 시점으로 시운전 차 컨베이어벨트를 돌린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 명령 위반 일부가 사실로 확인됐다며 조사 후 형사처벌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21일 밝혔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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