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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모터스포츠월드] 경주장이 더 필요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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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레저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동차 경주장(서킷)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두 개의 서킷이 있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턱없이 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서킷 개수는 42개다. 100만 대 이상 자동차를 생산하는 전 세계 14개국의 평균은 68개나 된다. 선진국일수록, 자동차산업이 발전할수록 서킷이 많다.

모터 스포츠 활성화로 서킷이 들어서면서 관련 산업이 따라온다. 서킷은 차량의 주행성.속도.내구성 등을 테스트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 개발에 앞서 경주장에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한다. 시판 중인 차량보다 한 단계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스포츠카로 유명한 엔초페라리나 포르셰의 카레라GT, 메르세데스 벤츠의 SLR맥라렌 등의 차량은 모두 서킷이 탄생의 모태가 됐다. 페라리의 경우 연간 생산량이 3000여 대지만, 두 개의 서킷을 갖고 있다. 벤츠.포르셰도 경주용 서킷에서 차량을 개발한다.

서킷이 필요한 것은 양산차 업체 뿐만은 아니다. 영국은 모터스포츠 산업 규모가 연간 8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경제 효과는 서킷을 중심으로 한 '모터 스포츠 클러스터(산업단지)'에서 나온 시너지다. 영국의 모터 스포츠밸리에는 미국 정보기술(IT)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처럼 모터 스포츠 관련 업체들이 모여 있다. 반경 100km 이내에 아홉 개의 크고 작은 서킷을 중심으로 3000개 이상의 기업들이 모여 세계 자동차의 핵심기술을 주도한다. 여기서만 연간 9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이들은 레이싱카를 개조하고 자동차 업체와 공동으로 새로운 양산차 모델을 개발한다.

22k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서킷으로 유명한 독일의 뉘르부르그링은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 테스트장으로 활용한다. 해당 지자체는 서킷 인근에 자동차와 관련된 기계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20개 업체들은 유명 자동차회사의 프로토타입(미래형 시제작차) 차량과 양산차 개발을 전담한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 5위의 위상에 걸맞게 한국도 서킷을 활성화해 경제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승우 모터스포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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