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0년 전보다 후퇴한 노동 지표, 시대 역행 노동정책 바로잡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경직된 한국의 노동시장에 또 하나의 경고음이 울렸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항목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든 노동시장 관련 지표가 10년 전보다 후퇴했다. 특히 노사관계를 평가하는 ‘노사협력’ 순위는 29계단 하락한 124위, 고용과 해고가 얼마나 유연하게 허용되는지를 평가하는 ‘고용·해고 관행’은 42계단 뚝 떨어진 87위에 그쳤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가 5000만 명 이상) 7개국으로 좁혀 비교하면 한국의 노동시장 퇴보가 더욱 도드라진다. 한국은 7개국 가운데 ‘노사협력’ 지표가 하락한 유일한 나라였다.

문제는 경직된 노동시장이 기업의 발목을 잡아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20-50클럽 7개국 모두 2분기 고용률(15~64세 인구 중 취업자 수 비율)이 전년 대비 성장하는 동안 한국만 유일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8.3%)보다 낮은 27위(66.6%)로 정체를 보였다. 노동환경이 경직될수록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려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만큼 노동시장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노동정책을 고집해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해 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들은 정부가 내년에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으로 규제 완화(30.2%)에 이어 노동유연성 확대(26.1%)를 꼽았다. 특히 제조업은 노동유연성 확대를 1순위로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에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며 정책 보완을 시사한 만큼 노동문제에 있어서도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