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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낙동강 보 열었더니···8년만에 흑두루미 나타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낙동강 보 개방 이후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가 8년 만에 발견됐다. [사진 환경부]

낙동강 보 개방 이후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가 8년 만에 발견됐다. [사진 환경부]

겨울에도 녹조가 발생했던 낙동강이 보 개방 이후 유속이 빨라지면서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8년 만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가 발견되기도 했다.

환경부는 19일 지난 10월부터 낙동강 하류 4개 보(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개방 영향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4개 보를 지난해 6월부터 부분 개방한 이후, 올해 10월부터 개방 폭을 확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보 개방 이후 체류 시간이 4.6~12.8일에서 2.7~9.5일로 16~55%가량 감소했다.

유속도 초당 1.2~3.9㎝에서 1.4~6.9㎝로 17%에서 최대 156%까지 빨라졌다.

이에 따라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총인(T-P) 등 수질도 예년(2013~2016년)과 비교하면 대부분 개선됐다.

극심한 가뭄과 고온 등으로 인해 올해 1~9월에는 녹조를 일으키는 조류(클로로필-a) 농도가 달성보를 제외하고는 예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10월에 보를 확대 개방한 이후부터는 다시 15~46% 감소했다.
다만, 창녕함안보는 10월 이후에도 조류 농도가 여전히 예년보다 9%가량 높았다.

또, 올해는 보 개방과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강정고령보와 창녕함안보에서 10월 이후부터 조류경보가 발령되고 있지 않다.

축구장 260개 모래톱 나타나 

이번 보 개방으로 낙동강 수계 전체에 축구장 260개 면적에 이르는 모래톱(1.826㎢)이 새로 나타났으며, 수변공간도 3.17㎢가량 증가했다.

특히 보 개방 중 강정고령보에서 2010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멸종위기 Ⅱ급인 흑두루미가 발견됐다. 흑두루미는 시베리아 남부와 중국 북부에서 번식하면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겨울을 보낸다.

창녕함안보에서도 멸종위기 Ⅱ급인 큰고니가 발견됐고, 오염에 민감한 동양하루살이·등딱지하루살이 등의 서식이 새로 확인됐다.

하지만, 수변생태공간이 넓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육상생물의 확산은 적은 것으로 관찰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준설로 인해 수심이 깊고 우포늪 같은 기존의 주변 자연습지나 소하천 등 서식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하수위 크게 내려가 

지난 10월 29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계성천 합류부 구간. [사진 환경부]

지난 10월 29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계성천 합류부 구간. [사진 환경부]

환경부는 완전개방기간 동안 취수장(18곳)과 양수장(28개) 모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보 개방으로 인한 농업피해는 제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지하수 이용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하수위 변동 폭이 낙동강 개방 폭보다 큰 것으로 관찰됐다.
창녕함안보의 경우, 지하수위 변동 평균값이 3.94m로 보 수위를 낮춘 것(2.8m)보다 1m 이상 더 내려갔다.

이에 환경부는 수막재배를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창녕함안보의 수위를 다시 회복하는 등 농업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수막재배는 겨울철 비닐하우스 외부에 얇은 지하수 줄기를 뿌리는 방법으로 막을 만들어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높게 유지하는 농법이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상주와 구미 등 경북지역 농민들은 최근 낙동강 보 개방 반대 집회를 개최하는 등 보 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 개방의 폭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지하수나 농업용수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며 “앞으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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