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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 '가라, 2002 아픔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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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피구는 경기 내내 훌륭한 기량을 보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빠진 이후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

13일(한국시간) 포르투갈이 D조 예선에서 '복병'앙골라를 1-0으로 꺾고 첫 승을 올린 뒤 FIFA 기술연구그룹(TSG) 분석관 칼루샤 브왈야는 포르투갈의 주장 루이스 피구(34.인터 밀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피구는 전반 4분 앙골라 수비가 흔들린 틈을 타 페널티 지역 왼쪽까지 올라와, 파울레타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전반 34분 비록 크로스바를 맞히긴 했지만 호날두의 헤딩슛 역시 피구가 예리하게 연결해준 코너킥에서 비롯됐다. 전성기에 비해 다소 떨어진 체력 탓에 간혹 패스가 끊기기는 했지만, 후반 들어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적극성으로 한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가 끝난 뒤 피구는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뽑혔다. 또 영국 BBC가 매긴 평점에서도 팀 내 최고인 7.43점을 받아, 결승골의 주인공인 파울레타(7.38)를 제쳤다.

피구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거치며 유러피언컵위너스컵(97년), 유러피언수퍼컵(98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인터컨티넨탈컵(이상 2002년)을 품에 안는 등 적어도 프로무대에서는 최고 영예를 맛봤다. 1990년대 중.후반 후앙 핀투.루이 코스타 등 포르투갈의 '황금세대' 멤버들과 세계청소년선수권 정상에도 서봤다. 하지만 성인대표팀에 들어온 뒤로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한국에 0-1로 져 16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선수로는 생애 마지막이 될 이번 월드컵에서 자신의 손으로 승리의 첫 단추를 꿴 피구는 앙골라전이 끝난 뒤 조심스럽게 "16강 진출이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그 너머를 응시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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