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흑인 청년의 열띤 "대 ~ 한민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한국팀의 공개 훈련에 붉은 티셔츠를 입고 나와 교민들과 함께 응원하고 있는 폴로 미캉구(左). 뒤셀도르프=이병구 joins 기자

"대~한민국"을 외치는 한 흑인 청년의 발음이 정확했다. 신기해 말을 붙였더니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폴로 미캉구(21). 뒤셀도르프대 경영학과 2학년으로,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아버지는 아프리카 콩고계 독일인이었다.

그는 "나의 절반은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뚜렷했다. 4년 전처럼 독일과 한국이 경기하면 "무조건 한국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미캉구를 그렇게 만든 것은 그의 어머니와 독일에 사는 한국인 청소년들이다.

그들은 어머니를 통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물려받은 미캉구를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독일의 한국인 교회와 청소년 모임에는 혼혈 한국인 2세들이 적지 않다. 잘 뭉치고, 몰려다니고, 구김살 없이 어울려 노는 한국 청소년들과 미캉구가 친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독일도 인종차별은 있다. 11일 독일 텔레비전 NRW는 국가대표 흑인 선수 아사모아(샬케04)를 예로 들며 월드컵에서의 인종차별을 경계했다. 아사모아는 인터뷰에서 "원숭이라고 놀림받는 일이 자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캉구는 '차별'을 강하게 느낀 적은 없다. 독일인 친구도 많다. 물론 뜻밖에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전차를 타고 가는데 '스킨헤드'들이 "네거(Neger.깜둥이)"라며 맥주병을 던져 댔다. 용케 병에 맞지 않고 피하다가 다음 역에 도착했을 때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폴로는 10일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한국팀의 공개 훈련을 보러 갔다. 13일에는 한국의 첫 경기를 응원하러 프랑크푸르트로 갈 것이다. 응원을 해도 아주 열심히 할 계획이다. 경기 날짜가 다가오자 미캉구는 가슴이 마구 뛴다.

"훈련하는 모습을 직접 본 건 처음이에요. 체격도 크고 독일 선수보다 잘하는 거 같아요. 13일에도 잘할 거에요. 분명히 이긴다니까요."

뒤셀도르프=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