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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 - 47 소총 개발한 칼라시니코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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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테러리스트의 손에 쥐어주려고 이 소총을 개발한 게 아니었는데…."

개인화기의 대명사인 러시아제 AK-47 소총을 개발한 미하일 칼라시니코프(86.사진)의 뒤늦은 회한이다.

그는 11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AK-47 소총이 오사마 빈 라덴 추종자들의 손에 들려있는 장면을 TV에서 볼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내가 개발한 소총이 저들 손에 들어가게 됐을까' 자문하곤 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AK-47 소총 개발은 당초 파시스트 독일 침략군으로부터 조국을 지키려는 순수한 열정에서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 전차부대에서 하사관으로 근무하던 칼라시니코프는 1941년 러시아 서부전선에서 독일군과 교전하던 중 포탄 공격을 받고 부상했다.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던 그는 소련군이 독일군에 밀린 것은 열악한 자동화기 탓이었다고 판단하고 자동 소총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당시 독일군이 사용하던 MP40 기관단총은 뛰어난 성능으로 소련군 사이에서 '공포의 소총'으로 불리고 있었다.

칼라시니코프는 며칠 밤을 고민한 끝에 나름의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의 계획을 소련군 지휘부가 전폭 지지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소련은 47년 AK-47을 소련군의 기본 화기로 정식 채택했다. AK-47의 뛰어난 성능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AK는 'Avtomat Kalashnikova'의 약자로, 칼라시니코프가 만든 자동소총이란 뜻이다.

AK-47은 견고하고 단순한 모형에다 1분당 600발을 발사할 수 있다. 모래 지형과 습지에서도 좀처럼 고장이 나질 않아 아프리카.중동.중남미 국가들에서 널리 애용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공격용 소총의 80%가 AK-47 소총이다. 1947년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정 넘게 팔렸다. 베네수엘라는 올해에만 10만 정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신홍 기자

◆ AK-47=소련에서 제작된 자동소총으로 독일의 G-3, 미국의 M-16과 함께 '세계의 3대 공격용 소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조가 단순하고 분해.조립이 간단해 사용하기 쉽다는 장점 때문에 냉전시대부터 거의 모든 친소련 국가에서 널리 애용됐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아카 보총(步銃)이라고 불리며 주력 소총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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