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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주의 두 거목에 주목 |「미셸. 푸코 」「르클제지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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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파헤치며 부단히 지배 이데올로기를 거부했던 20세기 프랑스 지성의 대표 「미셸·푸코」와 전통적 장르개념을 끊임없이 해체, 경신하면서 문제작들을 발표하고 있는 작가「르 클레지오」에 대한 국내문단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푸코」 (1926∼1984년 )에 대해서는 최근 『「미셸·푸고」의 문학비평』(김현편·문학과지성사), 『「미셸·푸코」-「광기의 역사」에서「성의 역사」까지』(이광내 저·민음사)가 간행된 데 이어 다음달 초 전5권 기획으로『「미셸·푸코」전집』(나남간)이 출간될 예정이다.「푸코」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 해체주의 및 후기 구조주의, 또는 문명비판이 소개되기 시작한80년대에 접어들면서 모아지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잡지들의 개략적 소개 및 단편적 번역이 잇따른 후 87년 이광내 교수(강원대·철학)에 의해 그의 대표작『말과 사물』(민음사 간)이 번역 소개됐고 올 들어 절정을 이루게 된 것이다.
「푸코」의 주요저서로는 서양문명의 핵심을 이루는 합리적 사고, 혹은 이성의 횡포를 공격한『광기의 역사』, 한시대의 과학과 지식을 조건짓는 무의식과 인식구조의 동질적 바탕을 규명하면서 문화는 연속된 것이 아니라 단절되어 있다고 밝힌『말과 사물』,지식과 권력은 별개 의 것이 아니라는 『지식의 고고학』,지식은 권력을 강화시켜 준다는 것을 밝힌 『암시와 처벌』,권력은 살아 숨쉬면서 은밀히 모든 것에 침투돼 성에까지 관여한다는『성의역사』등을 들 수 있다.
그의 대표작들에서 볼 수 있듯 「푸 코」는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파헤치는데 노력했다.
그에 의하면 권력은 군대·병원·공장·대학 같은 사회제도를 통해 개개인을 통제할 뿐 아니라 그 제도의 운용을 위해 지식의 체계를 생산해내기도 한다. 즉 권력은 모든 것에 침투해 사물을 만들어내고, 쾌락을 유발하고, 지식을 형성하며 우리의 사고체계를 지배하는 말하기와 글쓰기 같은 언술 행위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푸코」는 권력이 영향력을 어떻게 확대, 재생산해 왔는가를 밝힘으로써 기존의 어떠한 개념도 해체하려 했다.
이와 같은 그의 사상은 그대로 문학비평에도 적용돼 문학에 있어서의 체제전복적 전위주의에 관심을 보인다.
23세 때 르노도 상을 수상하면서 혜성같이 등단한「르 클레지으」(1940년∼)는 프랑스 문단의 「젊은 희망」으로 불리며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의 데뷔작『조서』(성혜숙 역·세계사) 및 『사랑의 대지 』 (최수철 역·고려원 ) 가 최근 번역, 출간됐고 이미『홍수』 『몽도, 그리고 다른 몇 개의 이야기들』『사막』등이 번역돼 국내 독자들에겐 낯선 얼굴은 아니다.
「르 클레지오『는 소설의 중심요소라 할 수 있는「이야기」를 거부하며 개인으로서의 눈에 비친 원초적 세계를 중시한다. 즉 세계와의 원초적 만남을 중시하면서 현대문명 속의 인간소외를 드러낸다.
이를 위해 그는 객관적 서술을 중시하며 이미지를 그대로 포착, 단순하고 투명한 시적 인어를 구사하는 소위「·펜 카메라」문체를 사용한다. 또 소설에 상징과 비유·클라주기법, 신문기사 인용 ,광고스냅사진, 일기체 형식, 영화·연극기법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기존 소설의 양식을 끊임없이 해체한다.
그의 데뷔작인 『조서』는 뛰어난 지적 소유자이며 정신병자인 듯한 주인공을 등장시켜 빈집에 갇혀 살게 하면서 하나의 관객으로서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 세계와는 무관한 듯한 주인공의 시선에 따라 독자 또한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포착하게 만든다. 즉 세계와의 원초적 만남으로 끼어 들게 함으로써 기존세계의 질서를 부숴 버리게 하는 것이다.
한 소년이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의식을 더듬으며 시간과 공간,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파헤치고 있는『사랑의 대지』역시 일상적 삶의 의미에 대해 전면적 회의를 갖게 한다. 시간·공간 등 기존의 측량개념을 무너뜨리고 심지어 서술의 주체인 인칭대명사들을 수시로 바꾸어가며 존재의 개념도 무너뜨리고 있다.
이와 같이 기존의 질서를 거부, 절대자유를 향한「푸 코」의 사상적 성과와「르 클레지오」의 소설적성과가 80년대를 풍미하고있는 우리문단의 해체주의 내지 전위적 결향과 어떠한 관계를 맺을지 주목된 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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