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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걱정해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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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쪽을 돌아다보아도 마음 든든한 곳이 없고 전망 또한 불안하기 이를데 없다. 정치가 어지러울 때 경제라도 잘 굴러가야 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정치라도 본령을 지켜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다. 국민들은 자연히 초조할 수밖에 없고『이래서야 되겠느냐』는 개탄의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모두가 겸허하게 현실을 통찰하고 난국을 극복하지 않으면「우리의 내일」이 어찌될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지난 수년간 정치적 변혁과 격동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그나마 경제가 든든히 받쳐준 덕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마저 심하게 기우뚱거리고 전망 또한 불확실하다.
지난해까지 2∼3년 동안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성장가도를 달려 부러움을 사던 우리 경제가 올해 들어서부터는 양상의 변화를 보이고있다. 경제가 동요하는 경우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우려는 기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경제에 관해 낙관도, 비관도 소란하기에는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들고 1·4분기가 다 지난 지금 각종 경제지표나 경제적 상황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정부는 올해 경제를 낙관하고 고성장 뒤의 조정 국면으로 무난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국민들은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 수출경기가 급냉하고 흑자 경제가 구조적인 취약점을 보이기 시작, 안정 성장 기반이 무너질 위험에 있다.
노사분규 사대로 야기된 생산과 수출의 차질은 예상 선을 넘고 이런 분위기로 인해 투자의욕은 몹시 위축되고 있다.
『기업하기 힘들다』는 기업인들의 독백은 그렇다치더라도 시선을 밖으로 돌리면 어떤가. IMF는 연례 세계경제 전망보고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는 지난해보다 훨씬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경제도 국제 경제의 동향에 영향을 받아 수출감소가 예상된다. 미일과의 통상마찰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안팎의 사정을 다 따져보아도 우리 경제의 주위에는 암운이 짙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럴 때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킬 만큼 경제정책을 딱 부러지게 세워놓고 추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와 여당조차도 인식이 엇갈려 경제정책이 표류하고 있어 경제의 행진방향이 뚜렷하지 않다. 흑자대책·무역정책이 뒤죽박죽이고 노사평화는 아득하며 시중 자금은 투기의 열풍에 휩쓸리고 있다.
경제를 안정성장 쪽으로 몰고 가기 위해서는 축적된 여력을 주로 경제구조 조정과 체질개선에 쏠리게 해야되는데 낭비를 많이 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지나칠 정도다.
올해 수출이 계속 둔화현상을 보이는 것은 우리경제의 적신호로 보아도 틀림없을 것이다.
수출 둔화가 원화 절상·고 임금·통상마찰·노사분규에 따른 경쟁력 저하의 구조적 원인인 점을 생각할 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벌써 올해 수출을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차츰 유력해지고 있다.
수출이 무너지면 그 파장은 커진다. 내수 비중이 높아진다는 단순한 시장변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고용수준과 구매력에 결정적 악영향을 준다. 수출은 아직도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부동의 힘이어서 이 힘이 약화되면 기조가 흔들리게 된다.
모두가 경제를 지키고 키우기 외해 힘을 모아 노력해도 부족할 때 우리사회에는 국력 낭비적·반경제적 요인이 너무도 많다. 중지를 모아 경제적 시련을 극복해야 한다.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분열이 계속되는 한 경제 역시 홀로 서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이룩한 우리경제가 중도에 좌절하지 않도록 다함께 걱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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