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목사-부인 통화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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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0일간의 북한방문을 마치고 평양을 떠난 문익환 목사는 3일 북경에 도착, 이날 오후 11시쯤 서울 수유동 집으로 전화를 걸어 부인 박용길씨 (69) 와 10여분동안 통화, 자신이 주장하는 연방제는 북한의 「고려연방제」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문 목사는 또 『이번 북한방문 중 육촌형제 등 친지들과 만주 용정의 은진 중학교 동창들을 만났다』며 여권만기일인 오는 14일까지 동경을 거쳐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국내 반응을 묻는 등 자신의 이번 북한방문 결과에 많은 관심을 표명한 뒤 『일부언론에 내가 북한의 팀스피리트 훈련 반대에 동조한 것처럼 보도됐으나 실제는 북한이 팀 스피리트 훈련을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면서도 남북체육회담에 응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 감사를 표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통화내용.
-박씨=어디 계십니까?
▲문 목사=북경에 있어요.
-박씨=언제 오실 겁니까?
▲문 목사=동경에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집안에는 별일 없어요?
-박씨=아이들이 연행됐습니다.
▲문 목사=왜 연행됐죠?l박씨=조사할게 있다고 데려갔습니다. 유원호 씨는 어디 있나요?
▲문 목사=서울 들어갈 때 같이 갈 겁니다. 혁이 엄마(유씨 부인) 에게 안심하라고 전해줘요.
-박씨=북한에서 누굴 만나셨어요.
▲문 목사=육촌형제 4명, 이종사촌형 임은오씨 가족과 요하에 사는 이모님의 딸·아들, 용정의 은진 중학교 동창들도 만났어요. 평양 떠날 때 고향에서 18명이나 전송을 나왔어요. 국내반응은 어떤가요.
-박씨=학생들과 재야단체들이 지지성명을 냈어요. 당국에선 돌아오는 즉시 구속하겠다고 합니다. 고은·이재오씨도 구속됐어요.
▲문 목사=그분들은 왜 구속됐지요?
-박씨=이북 가려했다고 그러지요.
▲문 목사=그거야 예비회담 하려고 그런거지. 평양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모레인 5일이 어머님 생신인데 축하한다고 말씀드려요. 늦어도 14일까지는 들어갈 겁니다.
-박씨=북경에서 오래 머무르실 겁니까?
▲문 목사=4일 서울에 도착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고향인 북간도에 들러보고 싶은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박씨=오늘 언론에서 목사님이 고려연방제를 지지했다고 크게 보도했어요.
▲문 목사=내가 말한 연방제는 북한에서 얘기하는 그런 게 아닙니다. 동경 가서 다시 전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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