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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급제 행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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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0월 5일 창경궁에서 열리는 '2003 조선조 과거(科擧) 재현 행사'를 준비 중인 서울시 문화과 직원은 얼마 전 편지를 뜯어보고 깜짝 놀랐다. 심사위원으로 내정된 분이 자신도 시험을 보겠다며 덜컥 응시원서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만류했지만 어찌나 서운해 하시던지…."

올해로 10회를 맞는 '조선조 과거 재현'행사는 단순한 보여주기용 행사가 아니다. 옛날 궁중의 과거 절차가 그대로 진행되며 시험도 실제로 치러진다.

장원급제를 하면 임금(올해는 최초로 시민 공모로 임금역을 선발)에게서 합격증서인 홍패와 어사화 등을 받는 방방례(放榜禮)를 하게 된다. 또 축하잔치인 은영연(恩榮宴)에 이어 악공과 광대를 앞세우며 백마를 타고 마을을 도는 유가행진(遊街行進)까지 벌여 옛날 장원급제자와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상금도 2백만원이나 된다.

24일까지 전국 유림과 한시협회 등에서 신청한 일반부 응모자는 2백여명. 응시 정원인 1백50명을 이미 넘어섰다. 특이한 것은 응모자의 대부분이 경북.경남.강원도에서 신청한 60~70대 촌로였다. 전국에서 소문난 문사들이 대거 지원했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귀띔이다.

90세로 최고령 응시자인 권오용(權五容.서울 성동구 금호동)옹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접 원서를 내며 "1997년 대회에서 차상(차석)을 차지했지만 아쉬움이 남아 올해 다시 도전한다"고 말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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