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표류하는 교육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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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 더 많은 성과급을 주려는 교육부의 계획은 교원단체.노조의 반발로 지지부진하다. 교원평가제, 방과 후 학교 도입 등 또 다른 교육정책들도 일선 학교 현장에서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는 '성과급 차등 지급 확대' 및 '방과 후 학교 실시' 등에 반대하며 11일부터 정부 청사 앞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12일부터는 전국 초.중.고교에서 학교별 총회도 열 계획이다.

◆ 물거품 된 교원정책=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는 '교원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고 지난 1월 특위를 구성했다. 연공서열 위주인 교사 승진제도를 바꾸고, 능력 있는 평교사나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외부인도 교장에 임용할 수 있는 공모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전체 위원 23명 중 7명이 12일 사퇴한다. 특위 위원 중 한 명인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교육부의 방해와 사대 교수들의 거부로 합의안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며 교육부를 비난했다. 또 "더 이상 위원직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혁신위는 합의안을 이달 말까지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혁신위 합의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혁신위 관계자는 "특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교단에 새 바람을 넣겠다는 교원 승진.임용제도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합의 도출 여부와 관계없이 올 9월, 내년 3월과 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모두 150개 학교에 초빙교장 공모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 반대 또 반대…=교원 성과급제도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차등 지급 폭(전체 교사 10%)을 확대하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전체 교원의 30%까지 차등 지급 폭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차등 지급 액수를 교사당 6만원에서 30여만원으로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지도부 철야농성, 반대서명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다른 교육정책들도 엇비슷하다. 김진표 부총리는 8월부터 교원평가제 확대, 공영형 혁신학교 도입 등을 추진 중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채를 발행해 방과 후 학교를 적극 지원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교조는 '교사 서열화' '평준화 훼손' '가진 자를 위한 교육 시장화 정책' 등의 명목으로 모두 반대하고 있다.

연세대 행정학과 하연섭 교수는 "교육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한데 현 정부가 중심을 못 잡다 보니 한국 교육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교육수요자인 학생, 학부모를 보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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