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용 컴퓨터 보조기구 많이 개발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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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저 자리에 앉아 떨면서 문제를 풀었는데, 이제 그 답을 채점하는 위치에 있다니…."

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06 SKT 장애청소년 IT 챌린지 대회'. 올해 채점위원단장 자격으로 장애 청소년 200여 명의 열띤 경쟁을 지켜 본 배준후(26.뇌성마비 2급.중앙대 대학원)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배씨는 1999년 이 대회가 처음 열렸을 때 특수학교인 명혜학교 학생(고1)으로 참가, 최우수상을 탔다.

"두 명이 한 팀이 돼서 참가했어요. 근육영양종을 앓는 친구와 함께 서로 도와가며 도전했었죠. 장애인 학생들에겐 정말 흔치 않은 기회였어요."

부상은 해외여행이었다. 그는 난생 처음 외국 땅을 밟게 됐다. 미국 서부지역에 갔는데 잠깐 들른 동네 편의점에도 장애인 화장실과 장애인용 주차공간이 있는 걸 보고 무척 놀랐다고 한다.

"요즘엔 우리나라도 편의시설은 많이 좋아졌어요. 아직도 장애인들이 거리에 나서지 않으려 하는 건 자신감이 부족한 탓이 큰 것 같아요. 배울 기회가 많아야 자신감도 생기는 건데…."

배씨는 초등학교 과정을 재택수업으로 겨우 마쳤다. 1주일에 두 번씩 경기도 수원에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안산의 배씨 집까지 와서 가르쳐주는 식이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9세 무렵 선물로 받은 컴퓨터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나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오른손 하나로 열심히 연습한 그는 요즘 1분에 약 300타를 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앞으로 웹사이트 컨설팅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컴퓨터가 장애인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장애 유형에 맞춘 다양한 보조기구들이 많이 개발돼야 한다"고 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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