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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퇴임 뒤 봉하마을로 귀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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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무현(얼굴) 대통령이 2008년 2월 퇴임 후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정착하기로 하고 자신의 집과 경호원 숙소를 지을 부지를 고르고 있다. 예정대로 되면 노 대통령은 귀향하는 첫 대통령이 된다.

노 대통령의 고향 친구인 이재우 진영읍 농협조합장은 11일 "대통령은 수개월 전 나에게 '고향에서 살겠다'고 했으며 지금 집 지을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나에게 '내 집 근처에 당신도 같이 살자'고 했고 '울산.대구 등지에 살고 있는 다른 고향 친구들에게도 봉하마을로 돌아와 같이 살자고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이날 "퇴임 후 거처에 대해 노 대통령은 귀향으로 방향을 정했으며 자택 부지가 정해지는 대로 9월께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당초 퇴임 후 서울 외곽 임대주택에 입주할 계획(본지 2005년 8월 31일 보도)이었다. 일단 서울 외곽에 정착하고 장기적으로 귀촌(歸村)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입주자격이 안 돼 이를 포기하고 곧바로 귀향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정 비서관은 "노 대통령은 소득으론 임대주택의 입주자격이 안 돼 입주하려면 국가유공자가 돼야 하는데 전직 대통령은 해당이 안 된다"며 "일부러 규정을 고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어 이 계획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고향에서 살며 생태계 보전과 청소년 수련 운동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우씨는 "대통령은 퇴임 후 제2의 우포늪으로 평가받는 화포천 생태 보전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화포천은 김해시 진례면 신안리에서 발원해 낙동강과 연결되는 21㎞ 하천으로 주변에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청소년 수련운동은 고향 선배인 선진규(72.전 조계종 전국신도회 회장) 법사가 도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봉하마을 뒤에 있는 봉화산(해발 136m)에 봉화사와 청소년 수련원을 지었으며 지난달 청소년 수련활동으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대통령의 대창초.진영중 선배며 부산공고.동국대(불교학과)를 졸업했다.

노 대통령은 4월 14일 진해 군휴양시설에서 묵은 뒤 이튿날 귀경길에 봉하마을에 들러 형 건평씨, 그리고 선 법사와 함께 봉화산에 올랐다.

김해가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최철국 의원은 "대통령의 퇴임 후 귀향은 '전직 대통령 문화'에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을 주민 L씨는 "대통령은 마을 청년 취직 등 마을의 민원을 별로 살펴 주지 않아 그의 귀향에 무덤덤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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