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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남북작가회의」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처음부터 처벌이 무리인줄 알면서도 이랬다 저랬다해 결국 경찰만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검찰의 지휘가 시시각각으로 표변해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29일 오후4시 서울 마포경찰서 대공3계. 지난27일 남북작가회의 예비회담에 참가하려다 연행된 교수·시인 등 저 명문인 26명이 석방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직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문인들은 이날 북한 측 작가들과 판문점에서 회담을 가지려다 경찰에 연행 된지 54시간만에 전원이 일단 귀가 조치되었다.
『국가보안법 적용은 처음부터 무리였습니다.』
『결국 임의 동행 제한시간만 6시간이나 넘겨 경찰만 욕을 먹게 된거죠.』
수사독립권을 놓고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쌓여온 불만을 털어놓기라도 하듯 형사들은 잇따라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28일 밤,『경찰의견 없이 범죄 사실만 수사, 보고 할 것』
29일 오전11시,『회담대표 5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 할 것』
같은 날 오후3시30분,『전원 석방할 것』
검찰이 남북작가회의 예비회담 관련자들에 대한 신법처리 지휘를 죽 끓듯 변덕스럽게 해대 형사들은 이틀 동안 꼬박 밤샘을 하며 하루에도 수 차례 수사를 다시 하고 서류를 다시 꾸며야했다.『7·7선언으로 민간교류 확대를 외쳐대더니 작가회의를 봉쇄하는 것은 또 무슨 까닭입니까』
『지난달 17일 통일원 당국자가 북한측의 서한을 전달해주고 이제 와서 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하겠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당국의 일관성 없는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기는 풀려난 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법질서 유지의 책임을 떠맡고 있는 검찰의 변덕스러움에서 공권력의 신뢰성 상실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하루였다. <김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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