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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 비디어 장난감「닌텐도」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의 부모들은 최근 TV위에 올려놓는 직사각형의 플래스틱 상자가 연출하는 비디오게임에 팔려 잠·숙제·식사까지 외면해 버리는「닌텐도 광」들 때문에 애태우고 있다.
「애플Ⅱ」컴퓨터와 맞먹는 성능을 갖춘 닌텐도 장난감은 일본의 닌텐도사가 80년대 중반까지 붐을 이뤘던 비디오게임보다 그 내용이 훨씬 복잡 미묘한데다 TV화면에 나타나는 그래픽도 한결 흥미롭도록 새로 개발한 전자오락기구.
여기에 카트리지만 바꿔 끼우면 결코 간단히 끝나지 않고 점점 흥미진진하게 얽히고 설키는 내용의 갖가지 게임 시리즈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닌텐도 광」의 60% 정도가 8∼15세의 소년들이지만 50세가 넘은 어른들까지도 만사 제쳐놓고 이 게임에 밤낮없이 매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는 최근 닌텐도게임 때문에 일상적 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 사례들을 수없이 나열하고 있다.
이틀 밤낮을 쉬지 않고 『마리오와 루이지』게임을 한 소년, 4개월 동안 매일 밤 4시간씩 각종 닌텐도 게임을 섭렵하는 바람에 의사가 손가락에다 부목을 대어주며 더 이상 닌텐도 게임을 하면 위험하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대신 손바닥으로 스위치를 조종하며 닌텐도 게임에 계속 몰두하는 소녀,『젤다의 전설』이라는 닌텐도 게임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다리느라고 2주일 동안 닌텐도회사를 매일 드나드는 55세의 기술자….
이 같은「닌텐도 광」들의 질문에 응답하기 위한 특별전화까지 개설되어 25명의 상담원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하루평균 5만통이 넘는 게임 상담전화가 걸려오고 있을 정도다. 닌텐도 장난감 제조·판매사는 1백만부가 넘는 닌텐도 전문잡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닌텐도 게임의 인기 주인공들을 새긴 속옷·도시락·침대커버 등을 만들어 파는 전문점도 미국 전역에 생길 예정이다.
현재 1천1백만 미국 가정에 이미 보급돼 있는. 이 닌텐도 장난감은 모델에 따라 가격이 80∼1백50달러인데 올해 말까지 2천만대 가량이 보급될 전망이다.
또 외계인·원시인·초인 등 괴력을 발휘하는 주인공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내용들이 담긴 게임 카트리지가 올 한햇동안 5천만개 정도 팔릴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닌텐도 열기에 휩쓸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제발 숙제부터 끝낸 다음 닌텐도 게임을 하라』거나,『등교 전에는 안돼』『하루저녁에 1시간씩만…·』『주말에만‥··』하며 성화를 부리고 있으나 어린이들이 점점 더 열렬한「닌텐도 광」이 되어 가는 바람에 전전긍긍.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닌텐도 게임이 눈과 손의 협응능력 이라든가, 집중력·기억력을 향상시켜 오히려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닌텐도 중독」은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며 잔인하고 성 편견을 조장하는 게임내용이 있어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많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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