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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 '금융권 문턱' 넘게 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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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는 서민용 '대안금융' 만들고

하나경제연구소 김대익 금융산업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들이 덜 중시하게 된 '금융 공공성'은 결국 정부가 나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정찬우 박사는 "은행 자회사 형태로 '마이크로 크레딧'(대안금융기관)을 설립하거나, 새마을금고나 농.수협 단위조합 같이 전국 네트워크를 지닌 금융회사에 서민금융을 위한 특별계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안금융기관의 운용 자금은 기부금.휴면예금.재정자금.예수금 등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금융기관은 단순히 대출만 하는 게 아니라 창업 지도 등 사후 관리까지 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60여 개국에 1만여 개의 대안금융기관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출자의 과거 신용정보나 담보만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자의 품성을 중시하는 '금융NGO(비정부기관)'들이 활동하고 있다. 기은경제연구소 김기서 연구위원은 "불법 고금리 등을 철저히 감시하고 처벌해야 금융 사각지대가 사라질 것"이라며 "불법 대부업체의 등록, 대부업체의 조달 금리 인하 등을 유도하는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신용 평가 능력 더 키워야

"여신은 복어 요리와 비슷하다."(김장희 국민은행연구소장). 일반적으로 떼일 위험이 큰 저(低) 신용계층에도 잘 가려내면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알짜고객이 있다는 의미다. 금융회사들이 대출 때 연체 등 부정적 기록만 주로 볼 게 아니라 공과금 납부나 대출금 상환 기록 등 우량정보를 반영하고 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확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강대 이군희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금융사는 '자사 고객을 빼앗긴다'는 우려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는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오해해 신용정보 공유에 부정적"이라며 "하지만 정확한 신용정보가 공유돼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우량 고객뿐 아니라 금융 약자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과거 저신용계층에 대한 금융은 서민금융회사(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상호금융)의 몫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서민금융회사들이 부실에 빠진 것이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박사는 "부실을 조속히 정리해 서민금융회사들이 제 역할을 찾도록 해야 한다"며 "선진 금융기법을 갖춘 다양한 금융회사가 새로 진입할 수 있게 하면 기존 부실 금융회사의 인수합병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은 '신용 추락' 심각성 인식을

대출을 못 받는 사람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신용등급부터 올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학교.금융회사가 신용 쌓기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대부업체를 함부로 이용하거나 연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자세도 고치도록 해야 한다. 금융연구원 지동현 박사는 "금융회사가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면 돈을 빌려줄 사람은 가족(Family).친구(Friend).바보(Fool) 등 '3F'뿐"이라며 "스스로 신용을 쌓아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재= 허귀식.정효식.천인성 탐사기획부문 기자 ▶사진= 변선구 편집사진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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