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웃음으로 세상과 소통한 염세주의 철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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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세상을 향해 웃다
랄프 비너 지음, 최홍주 옮김, 시아출판사, 352쪽, 1만4000원

사람들은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의 간판 철학자로만 안다. 그런 통속적인 이해라는 게 맞기는 한 것일까? 이 철학자의 일상은 외려 그 반대였다. 정곡을 찌르는 익살과 노골적인 풍자를 서슴지 않았으며, 많은 저술에서도 유머에 넘치는 표현을 남겼다. 따라서 이 책은'웃음으로 세상과 소통한 철학자'의 진면목을 되살려 낸 이색 에세이다.

저자에 따르면 쇼펜하우어는 그의 논문 '웃음론'에서 유머를 정신적 무기로 즐겨 사용했다. 웃음이 없다는 것은 상상력과 지적 생동감이 없다는 증거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칭송하는 겸손이란 미덕 따위도 우습게 봤다. "겸손이란 자신의 무능력을 위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문이 남는다. 그러면 왜 그동안 염세사상가로만 알려졌지? 쇼펜하우어는 철학의 목표를 '초월'로 삼았으나 삶은 땅 위에서 이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았다. 사람들은 그를 오해했을 뿐이다. 저자는 독일 출신의 철학자 겸 저술가. 책은 전혀 어렵지 않게 읽힌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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