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일왕 생일파티·외교부 차관 축사…시민단체 “국민 기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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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6일 오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를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6일 오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를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연례 행사가 열리자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날 오후 5시쯤 애국국민운동대연합, 활빈단, 조선의열단 등의 시민단체들은 일왕의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리는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민들을 기만하는 일왕의 생일 축하 파티는 즉각 멈춰라”고 외쳤다. 일부는 호텔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경찰과 대치하며 “너희들 일본 순사냐, 뭐 하는 거냐”고 따졌다.

집회에 참여한 한 단체 관계자는 “일본 왕 생일 파티를 한국인의 정기가 서린 남산에서 하는 것은 괘씸한 일”이라며 “강제징용에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생일 파티를) 받아들일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6일 오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6일 오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리셉션 행사에는 조현 외교부 1차관이 참석했다. 조 차관은 시위대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호텔로 들어섰다. 조 차관은 축사에서 일본이 ‘국경일’을 맞이한 점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또 과거사 문제는 문제대로 현명하게 처리하고 다른 분야의 교류도 계속하자며,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차관의 축사는 일본 측의 요청이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최근 수년간 이 행사에 참석해 왔지만 직접 축사를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6일 오후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기념 리셉션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기모노를 입은 리셉션 참가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편 아키히토 일왕은 내년 4월30일 퇴위하고, 아들 나루히토 왕세자가 5월1일 왕위에 오른다. [뉴스1]

6일 오후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기념 리셉션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기모노를 입은 리셉션 참가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편 아키히토 일왕은 내년 4월30일 퇴위하고, 아들 나루히토 왕세자가 5월1일 왕위에 오른다. [뉴스1]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 국장은 기자들을 만나 “차관들이 오는 것은 관례다. 이번 천황은 올해면 끝이고 내년이면 바뀌지 않겠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확고하게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차관님이 축사를 하신 건 오랜만이다. 일본의 요청이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런 때 교류의 중요성을 느낀다. 일본이 좀 더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 이해를 구하고 함께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12월23일)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12월 각국 재외공관 주최로 ‘내셔널 데이 리셉션’을 열어 주재국 정ㆍ재계 인사들을 초청해 왔다. 한국 정부 대표로는 그동안 외교부 1차관이 참석해 왔던 만큼 올해 리셉션도 관례에 따라 조 차관이 참석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6일 오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경찰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6일 오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경찰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시위대는 오후 5시께 모여 한 시간가량 집회를 진행한 후 오후 6시쯤 흩어졌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9년 4월 30일 퇴위하고 아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다음날(5월 1일) 즉위할 예정이다. 올해 생일은 일왕으로서 맞는 마지막 생일이 된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6일 오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참석자들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린 6일 오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참석자들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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