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근속에 1호봉 웬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사회 안녕과 범죄예방을 위해 20년이 넘게 근무한 우리가 받는 기본급은 15만4천 원이어요.』
23일 오후 3시 월례교양교육을 위해 서울북부경찰서에 모인 2백여 명의 방범대원들은 89년1월1일 서울시가 고용직 공무원을 신규임명 발령하면서 근속연수를 모두 무시, 1호봉으로 일괄 산정한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경찰공무원보다 일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고 누구처럼 시위다 농성이다 불평도 안 했습니다. 20년 넘게 근무해온 근속연수를 절반은커녕 깡그리 없앤다는 게 정당한 겁니까.』
『경찰보조업무는 물론, 교통보조·순찰근무에다 올림픽 때는 경호경비업무까지 해왔습니다. 하루 16시간이 넘는 근무에 시간외 수당은커녕 호봉인정조차 못해준다는 건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은 처사입니다.』
교양교육을 거부하고 농성을 벌이던 방범대원들의 절규에 가까운 신세타령과 한풀이는 끝이 없었다.
『서울시의 신규호봉 책정은 근무경력 1년에 군 경력 인정받은 신참 (4호봉)보다 20년 근무에 군 경력 없는 고참 (1호봉)의 봉급이 적게 됩니다.』
방범대원들은 이 같은 불합리성을 항의하기 위해 24일 오전 7시 여의도광장에 모여 집회를 갖겠다고 했다.
『도시 영세민인 방범대원들의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습니다. 한 식구라는 애정을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관계기관에 수 차례 진정과 건의를 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역부족인 경찰의 위상을 안타까워했다.
경찰과 함께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오면서도「방돌이」라는 일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방범대원.
이들에게도 따스한 눈길이 한번쯤 더 보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권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