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손대면 3대가 망한다’는 디즈니 캐릭터, 공익광고에 등장한 까닭

중앙일보

입력

마블의 히어로 어벤져스 캐릭터가 등장하는 질병관리본부 공익광고 [질병관리본부]

마블의 히어로 어벤져스 캐릭터가 등장하는 질병관리본부 공익광고 [질병관리본부]

저작권 관리에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디즈니 캐릭터가 들어간 공익광고가 화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마블 히어로 어벤져스, ‘나는 히어로를 꿈꾼다!’ 광고다. 손 씻기와 기침 매너 등 감염병 예방에 필수적인 개인 위생 관리법을 담았다. 아이언맨ㆍ헐크ㆍ캡틴아메리카ㆍ토르 등 디즈니 마블의 인기 캐릭터를 활용했다. 한국 정부기관으로서는 최초다.

이번 광고는 영상 뿐 아니라 포스터로도 배포됐다. 손씻기와 소매기침은 어린 시절부터 익히는 습관이 중요한 만큼 습관 형성의 첫 단계인 유아ㆍ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맞품형 포스터도 따로 제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생활 속에서 손쉽게 실천 가능한 손씻기ㆍ소매기침의 생활습관 형성을 돕기 위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소통 포스터도 제작해 향후 전국 어린이집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

SNSㆍ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어떻게 공익광고에 디즈니 캐릭터가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가 됐다. ‘어느 제작사보다도 저작권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디즈니를 어떻게 설득했느냐’는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 1980년대 일본 초등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 디즈니의 미키 캐릭터 그림을 그렸다가, 디즈니측이 저작권 위반으로 제소하자 학교 측이 급히 페인트칠을 해서 그림을 지웠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무인도에 고립되면 미키마우스 그림을 그리면 디즈니가 바로 잡으러 간다” “디즈니 저작권을 침해하면 3대가 망한다”는 등 다소 살벌한 우스갯 소리가 돌기도 했다.

과거 JTBC 썰전에서도 디즈니의 엄격한 저작권 관리에 대해 언급됐다. [JTBC]

과거 JTBC 썰전에서도 디즈니의 엄격한 저작권 관리에 대해 언급됐다. [JTBC]

실제로 어벤져스와 질병관리본부의 협업은 산 넘어 산이었다. 무려 1년 가까운 산고를 겪었다. 이번 캠페인을 추진한 박기수 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담당관은 “올해 초 뻔하지 않은 건강습관 홍보를 위한 재밌으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어벤져스가 눈에 띄었다”라며 “단순히 손을 잘 씻어라, 기침할 땐 옷소매로 가려라 등등 뻔한 캠페인을 하면 효과가 떨어져 색다른 광고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벤져스를 목표로 하고 한국 디즈니코리아부터 찾아갔다”고 말했다.

박 담당관은 “미국 본사에서 굉장히 여러가지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다. 디즈니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한국 정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어벤저스 캐릭터를 사용한다는 사실 때문에 심사를 더 꼼꼼하게했다. 마블에서는 자기 캐릭터가 절대 훼손되면 안된다며 캠페인 제작 단계마다 수차례 직접 체크했다”고 말했다.

철저한 심사 끝에 1년 여만에 협업이 성사됐다. 박 담당관은 “홍보영상과 포스터에는 국영문 자막을 넣었는데, 이는 영화같은 느낌을 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WHO권고에 따라 장애인이나 다문화 가족들 등 더 많은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벤져스를 통해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습관이 널리 알려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앞으로도 질병관리본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보다 창의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 국민들의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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