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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동, 과거 한강 바닥…‘지반 침하, 싱크홀’ 사고 잇달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토바이 배달원이 수증기가 올라오는 도로에 갇혀 탈출을 시도했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발을 땅에 내딛자마자 그는 “아악 뜨거워 살려줘”라고 비명을 질렀다. 어떤 시민은 울고 있었다. 4일 밤, 온수 배송관 파열 사고로 생지옥이 된 백석동의 모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의 배관이 파열돼 뜨거운 물이 도로 위로 분출된 4일 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치솟고 있다.[뉴스1]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의 배관이 파열돼 뜨거운 물이 도로 위로 분출된 4일 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치솟고 있다.[뉴스1]

백석동을 비롯한 고양시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지반 침하 문제로 불안을 겪어왔다. 지난해 2월 6일 백석동 와이시티 업무시설 신축 공사장 인근 인도에서는 길이 3m가량의 지반이 침하되고 도로 50m가 균열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고양시는 곧바로 복구공사를 벌였지만 같은 달 14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지반 침하가 일어났다.

백석역 바로 옆 고양종합터미널도 공사 과정에서 지반 침하를 겪었다. 2009년 4월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던 때 백석역 인근 도로 50m구간의 지반이 침하됐다.

2000년대 초반에는 지반침하로 추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백석동의 한 상가가 갑자기 기울어지는 현상을 보이며 긴급 보수공사를 벌였으며 인근 아파트 주차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둥 균열이 생겨 안전진단을 받기도 했다.

백석동 지반침하 관련 사고 발생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백석동 지반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백석동은 원래 한강 바닥이었다. 일제강점기 총독부가 한강변에 둑을 쌓고 개활지로 활용하면서 신도시 조성 전까지는 논바닥이었다. 고양시 관계자는 “문제의 지반은 수억 년 동안 퇴적 작용을 거쳐 온 강 바닥으로 백석동 지역의 경우 흙에 모래가 섞여 유수되는 성향이 특히 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도시 전체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반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없는 상황이다.

온수관 파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30년 가까이 된 배관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백석동 일대의 전문적인 지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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