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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대 술 개봉하고 후회한 녜웨이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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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국 사람들은 축구에 열광한다. 프로기사들도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해 유성에서 삼성화재배 세계대회가 열릴 때면 한국 기사들과 어울려 먼저 축구 시합부터 한판 하는 게 관례가 되었다.

중국 기사 중에서도 가장 광적인 축구광은 중국랭킹 1위의 구리(古力) 9단이다. 그는 축구 재능도 뛰어나 '중국 축구가 좋은 대표선수 한명을 바둑에 빼앗겼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의 영원한 기성(棋聖)으로 불리는 녜웨이핑(攝衛平) 9단의 축구 사랑도 사실은 구리에 못지않다.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축구광 녜웨이핑이 4년 전에 개봉했던 1억2000만원짜리 명품 마오타이주(茅台酒) 이야기가 새롭게 매스컴의 화제가 되었다.

녜웨이핑이 지니고 있던 마오타이주는 60년 숙성된 것으로 전 중국을 통틀어 단 두 병뿐인 진귀한 것이었다. 값이 100만 위안(1억2000만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돈주고 살 수 없는 명품으로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과 후야오방(胡耀邦) 두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 그중 덩샤오핑이 한 병을 마시는 바람에 딱 한 병 남게 되었는데 훗날 녜웨이핑이 중.일 수퍼대항전에서 일본 대표들에게 11연승을 거두는 위업을 달성하자 후야오방이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유명한 애주가이기도 한 녜웨이핑은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그 마오타이를 개봉하겠다고 선언했고 4년 전 중국이 본선에 진출하자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중국은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했고 이번엔 본선 진출도 실패했다. 다시 월드컵 시즌이 다가오자 그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이다.

네웨이핑은 찾아온 기자들에게 중국 축구를 혹독히 비판하면서 "저렇게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 축구를 위해 그 술을 없앤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중국 축구가 어디가 문제인가라고 묻자 "모두 문제다. 포석에서 끝내기까지 잘된 게 하나도 없다"며 축구인들의 비위를 긁었다.

녜웨이핑은 누가 우승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브라질이 99% 우승한다"고 거침없이 단정하며 "바둑으로 말하면 브라질은 전면적이고 균형적인 종합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동 (사이버오로 해외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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