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페라 무대 한국 성악인 발판 굳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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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수미·홍혜경 씨 등 한국의 소프라노를 비롯한 아시아 성악가들이 미국의 오페라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경우가 점점 늘고있다.
지난 1915년 보스턴에서「미우라·다마키」가「푸치니」의 오페라『나비부인』속의 여주인공「초초상」역으로 출연한 이래 동양계 여성 성악가들이 주로「초초상」이라든가「푸치니」의『투란도트』중「류」역 등 작품 속의 동양인으로 등장하는 정도에 머물렀으나 최근 그 활동무대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추세.
한국의 홍혜경 씨가 뉴욕 메트러폴리턴 오페라에서「모차르트」의『피가로의 결혼』중「스잔나」,「푸치니」의『라보엠』중「미미」역을 맡은 것을 비롯해 일본의 테너「이치하라·다로」는「베르디」의『리골레토』중「만토바」공작으로 무대에 섰다.
또 한국의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최근 뉴욕 메트러폴리턴 오페라와 녹음계약까지 맺었으며 일본의 소프라노「와타나베·요코」도「푸치니」의 오페라에 출연하여 크게 각광을 받았다.
동양계 성악가들은 주로 원래 출연하기로 되어있는 서양 성악가들이 질병이라든가 그 밖의 급한 사정으로 공연이 어렵게 될 때 대역으로 나서는 예가 많아서 공연 초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그 진가를 발휘할 경우는 그리 흔치않으나 종래에 비해 그 활동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
최근 미국 유수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홍혜경 씨는『나보다 10년쯤 선배인 한국 성악가들만 해도「초초상」이나「류」역 이외에는 오페라무대에 설 기회가 전혀 없었다』면서『지금까지 수많은 동양의 소프라노들이「초초상」역을 소화해 내느라고 목소리를 망쳤다』고 밝혔다.
상당수의 동양계 소프라노들은『나비부인』의 무대에 설 것인가, 아예 무대를 떠날 것인가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십상인데「초초상」역은 성대에 무리를 가져와 일찌감치 성악가 생활을 청산하게되는 예가 흔하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심각한 언어장애까지 겹쳐 극소수를 제외한 동양 성악가들이 서양 오페라에서 좀더 다양한 역할을 개척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실정. 이와 함께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참고 속으로 삭이도록 교육받는 동양 성악가들은 상대적으로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 예가 많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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