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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악연’ 트럼프, 5일 ‘아버지 부시’ 장례식 참석하지만 조사 안 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1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 부시’ 조지 HW 부시의 장례식에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지만, 조사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가가 주관하는 국장(國葬)으로 치러지는 장례식에서 현직 대통령이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가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로툰다 홀에 3일(현지시간) 안치됐다. [EPA=연합뉴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가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로툰다 홀에 3일(현지시간) 안치됐다. [EPA=연합뉴스]

NYT는 지난 8월 별세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자신의 장례식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았던 것을 언급하며 “부시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을 멀리함으로써 관례를 깨지 않기로 했지만, 조사를 맡기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통을 존중하되 앙숙이었던 부시 일가와의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매케인 의원은 생전 날 선 비판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자신의 장례식에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NYT “전통 존중하되 부시 일가와 불편한 상황 피하기 위한 것” #3일 의사당에 안치, 5일 국장 엄수된 뒤 6일 아내·딸 곁으로

NYT에 따르면 이번 장례식에서 조사는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고인의 절친이었던 브라이언 멀로니 캐나다 전 총리와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이 맡을 예정이다.

3일(현지시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치된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로툰다 홀을 찾아 조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치된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로툰다 홀을 찾아 조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부시의 차남 젭 부시와 맹비난을 주고받는 등 부시 가문과 껄끄러운 관계였다. 부시는 대선 투표 때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조지 W 부시는 트럼프의 반이민주의 등에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실려 이날 텍사스를 떠나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국회의사당 로툰다 홀에 안치됐다. 매케인 전 의원이 안치됐던 곳이다. 의회 중앙홀에서 전직 대통령의 추모 행사가 열린 것은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성조기가 덮인 그의 관은 1865년 암살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관을 안치했을 때처럼 ‘링컨 영구대’ 위에 놓였다.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를 떠나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를 떠나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 [EPA=연합뉴스]

이날 거행된 추모식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은 이 나라에 거대한 변화를 만든 위대한 리더였다”며 “워싱턴 DC에 온 한 아웃사이더에게 견실한 상담역이자 충실한 조언자였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그의 인격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는 드문 겸손함으로 권세를 유지했다. 위대한 남자가 여기 누워있다”고 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부시 전 대통령이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는 우리를 높이 날게 했고, 계속 더 높이 날라고 사기를 북돋웠다”고 고인을 기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도 이날 오후 늦게 의사당을 찾아 조문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워싱턴 DC 국립대성당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식이 끝난 후 부시의 유해는 다시 고향인 텍사스를 향한 뒤 6일 특별열차 편으로 운구돼 텍사스 A&M 대학 내 부인 바버라 여사와 딸 로빈이 잠든 조지 HW 부시 도서관 내 정원에 묻힐 예정이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 짐 맥그래스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부시 대통령이 신을 마지막 양말. [트위터]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 짐 맥그래스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부시 대통령이 신을 마지막 양말. [트위터]

한편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 짐 맥그래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부시가 마지막 여행에 신고 갈 회색 양말을 공개했다. 18세에 해군 조종사로 시작해 평생을 나라발전에 힘쓴 삶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생전 알록달록한 양말을 즐겨 신었던 부시는 자신을 ‘양말 맨(socks man)’이라고 칭했다. 지난 4월 아내 바버라 장례식 때도 고인이 생전 문맹 퇴치에 힘쓴 점을 기리기 위해 책 그림이 그려진 화려한 양말을 신고 참석한 사연이 전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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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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