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남루하다. 말 그대로 'B급'이다. 이를테면 '그린벨트-세한도'는 저 유명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와 견주면 싸구려 냄새가 팍팍 풍긴다. 서울 근교의 개발제한구역에서 만난 낡은 집과 헐벗은 나무는 선비의 지조는커녕 개발도상국가의 새마을 찬가가 흘러나올 듯 을씨년스럽다.
풍경은 이지러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멋지게 등장하던 세트장을 가까이 찍어보니 온통 헛것이다. 멀쩡하던 동대문은 뒤에 막대기로 받친 합판 나부랭이요, 혈투가 벌어지던 '종3' 거리는 각목 몇 개가 지탱하는 가짜다. 그는 '드라마 세트' 연작에서 초고속 근대화를 이룬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발가벗긴다.
관람객은 작가가 합성한 풍경 속 어딘가에 놓여있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우리는 실제가 아닌 '만들어 낸' 공간 속에 살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짜가 더 진짜같은 현실을 수없이 보았다는 작가는 말한다. "제 사진 속에서 상처받은 장소에 가 보았던 느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일상적 허구에 대한 공감을 함께 하실 수 있다면 B급 작가로서는 영광이겠습니다."
전시는 8월 6일까지. 10일 오후 2시 로댕갤러리 글래스파빌리온에서 작가와의 만남, 7월 8일 오후 2~4시 '강홍구의 디지털 사진 같이하기' 행사가 열린다. 02-2259-7781.
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