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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한 번복에 어리둥절-노 대통령 중간 평가 담화 시민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중간 평가 국민투표가 돌연 「무기한 연기」되자 시민들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일을 이랬다 저랬다 번복할 수 있느냐』며 어리둥절해 했다.
20일 아침 노태우 대통령의 TV담화를 지켜본 시민들은 『4월중에 여야 정책 대결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내용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상 이를 취소」하는 내용의 발표로 나타나 어리둥절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은 『국민투표가 혼란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비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채 질질 끌어왔기 때문에 정치· 사회적 불안이 수습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른 것 아니냐』며 『이럴 때 국민의 뜻을 직접 묻는 용기가 없다면 시국 수습의 의지마저 의심받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택현씨(32·회사원)=노 대통령의 중간 평가 연기 결정은 한마디로 「국민에 대한 기만이자 중대한 약속 위반」이다.
노 대통령이 연기 사유로 여당과 야당의 의견대립 및 이로 인한 사회 불안을 들고 있으나 전혀 설득력이 없게 들린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중간 평가를 약속했을 때는 나름대로 장래 정국에 대한 예측을 했을 것이고 실시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도 복안이 있었을 것 아닌가. 그대로 실행에 옮기면 되는 일을 지금 와서 못하겠다는 것은 당시의 약속이 당선에만 급급했던 나머지 즉흥적으로 내뱉은 무책임한 것이었다고 해석될 수 밖에 없다.
◇김은호 변호사(전 대한변협회장)=정치인은 자신이 한 공약을 어떤 형식으로든 실천해야 한다.
중간 평가 실시를 연기한 배경과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투표를 통한 중간 평가는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약속이므로 꼭 실시해야 한다.
중간 평가가 위헌이냐 여부는 국민에 대한 약속에 비해 지엽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김진균 교수(서울대· 사회학)=국민에게 공약한 사항을 시행하는 것은 대통령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의무에 속한다.
이를 야당· 재야에 책임을 돌려 기피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다.
혼란의 원인은 재야에 있는게 아니라 현정권에 있는 것이며 이 때문에 중간 평가하자는 것이 아닌가.
민주화를 위한 교수 협의회에서 곧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이다.
◇유창순씨(전경련 회장)=안정과 질서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조치로 생각하며 진심으로 환영한다.
우리 경제계는 원화절상· 통상압력등 대외적 요인과 임금 인상· 노사분규 등 대내적인 요인으로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시련을 겪고 있다. 더 이상 정치적 기류에 흔들림이 없이 산적해 있는 경제 현안들을 상식과 순리, 법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황승민씨(중소기협 중앙 회장)=매우 현명한 결단이다. 임금 인상 등 각종 노사문제를 포함한 정치· 사회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이때 중간 평가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정국과 사회의 안정을 이루고 난 이후 평온한 가운데 민주화 업적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길 바란다.
◇고흥문씨(전 국회부의장)=이번 결단은 대통령이 진작 내렸어야 했다.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듯이 중간 평가 해봐야 국가적으로나, 국민에게나 아무런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중간 평가 신임과 연계해 실시한다고 할 때 이 나라가 어느 상황으로 가겠느냐는 불문 가지다.
◇현호 스님(송광사주지)=선거에 의해 헌법이 명시한 임기를 보장받고 선출된 대통령이 중간 평가라는 걸 내세워 신임을 묻고 불신임 당하면 물러나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무엇보다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는 일이 중요하다. 오늘의 우리 국가 현실은 중간 평가로 뒤얽혀 싸우기보다 정국 안정을 이룩하는 일이 절실하다.
◇강만철씨(56·상업· 서울 문래4동13의2)=매우 잘 한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운동권 데모 등으로 혼란한 사회가 중간 평가 계기로 더욱 어수선해져 걱정이 많았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 그 시기는 사회가 안정된 2,3년 후로 늦추어야 한다고 본다.
◇정성태씨(전 국회부의장)=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중간 평가 실시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5공 비리 청산과 광주 문제의 해결이라고 본다.
이 두 과제를 잘 처리하라고 국민이 노태우씨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준 것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까지 6공화국 정부가 해 온 것을 보면 미진한 감이 없지 않다.
◇전대협=중간 평가 보류는 현정권이 광주 학살·5공 비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평을 강행해도 현정권의 비도덕성만 폭로될 뿐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중평 보류에 상관없이 노태우 퇴진 투쟁을 계속 전개해 나가겠다. 빠른 시일 내에 전체 지구 대표자 회의를 갖고 투쟁 방향을 재조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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