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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보다「안정」우선-막 오른 전인대 과제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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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4일간 열리는 이번 전 인대는 ▲이붕 수상의「정부 사업보고」 ▲부수상겸 국가 계획 위원회 주임 「야오이린」의 「89년 국민경제와 사회 발전 계획」을 청취· 심의하고 88년 국가 예산 집행현황 및 89년 예산을 심사한다.
이번 전 인대의 초점 은전 환기를 맞고 있는 중국 경제가「경제 안정화」의 큰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높은 인플레· 에너지 및 원자재 부족 등 당면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처방을 낼 것인지에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농업 문제· 교육 문제 및 부정 부패를 초점으로 하는 당풍 문제도 커다란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개막식에 이어 행할 이 붕 수상의 정부 사업보고 역시 「경제 환경의 정리와 경제 질서의 정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 사업보고」는 사회 구매력의 축소, 유통질서정비, 경제구조조정, 대외개방의 적극화 등 8개 부문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경제 환경의 정리와 경제 질서 정돈」이 올해와 내년 2년간 정부의 중점 시책이 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이러한 이 붕 수상의 정부 시책은 불요불급한 투자 삭감· 은행대출억제· 성장속도 하향 조정·물가 관리의 강화 등으로 나타난다.
비록 중국이 「개혁의 심화」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의 정책 우선 순위는 「정리와 정돈」을 강조하는 안정화 기조로 대체됐다.
이는 지난해 중국 경제가 과열 성장과 고물 가라는 엄청난 홍역을 치른 데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 속에 고물 가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까지 보이는 등 우려할 만한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통계로는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11·2% (공업 생산은20·7%),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8·5%이지만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물가 인상률은 30%에 달할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지난해 5월 충분한 공급 계획 없이 실시한 돼지고기· 달걀· 채소· 설탕 등 4가지 주요 부식 품에 대한 가격통제 해제를 시발로 하는 물가 개혁은 급격한 인플레와 은행 예금 인출, 환물 심리 등을 부채질했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개발 인플레와 가격 개혁 인플레가 겹친 중국 경제는 당원이나 행정부 관료 등이 직· 간접으로 개입해 매점 매석을 하기 도하고 부정 부패에 빠지는 등 사회· 경제적 혼란을 초래했고 결국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지난해 9월에 개최된 당 제3차 중앙위 전체 회의를 계기로 경제정책 입안과 운용의 주도권이 「자오쯔양」 총서기·「텐지윈」부수상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파」에서 이 붕 수상· 요의림 부수상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 중도파」로 넘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이 수상의 정부 사업보고는 급진 개혁 추진 파와 신중파의 대립· 갈등 속에서 신중파에 속하는 이 수상이 각계의 의견을 종합한 것이다.
한편 법적으로는 최고 권력 기구지만 「고무도장」으로 표현되는 상징적 의결 기구인 전 인대가 작년에 약간의 탈바꿈을 하는 조짐을 보였으나 금년에는 공개화와 민주화의 차원에서 어떤 진전을 보일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그러나 당국은 이번 전 인대에서 최근 국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정치범」에 대한 특사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은 정치적 민주화의 분명한 한계를 읽을 수 있다. 【홍콩=박병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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