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주가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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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종합주가지수「1천대시대」가 임박하여 우리의 증시가 고 주가 시대를 맞았다. 객 장은 투자가·증권사직원들이 어울려 축제분위기라고 들린다. 증시가 활활 타오르고 증권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공연히 들뜨는 듯 하다.
현재 7백만 명에 이르고 있는 증권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설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증권회사 점포마다 주부·샐러리맨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요즈음 시즌인 주 총 회의장에는 책가방을 든 학생또래의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뛴다. 농촌에까지 주식투자 열풍이 불어 증권사마다 점포 확장에 바쁘다.
최근 주식시세의 단기급등이 몰고 온 축제분위기도 좋고, 하루 몇만 명 씩 늘어나는 주식인구의 저변확대도 좋고, 다 좋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서 한발 짝 물러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증시가 과연 정상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를 떨쳐 버릴 수 없다.
돌이켜보면 지난 9년 2개월만에 주가가 10배나 뛰었고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3개월 동안에만도 1백 포인트가 올랐다. 요즈음은 하루에 주가지수가 10포인트씩 급상승한다.「돈 놓고 돈 먹기」식 장세인데 누가 유혹을 안 받겠으며 빚이라도 내서 덤벼들지 않겠는가.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은 법. 빨리 달면 빨리 식는 법이고 급등이 있으면 급락이 오게 마련이다.
우리의 지금 증시를 보면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증시가 과 냉 되는 경우 그 후유증의 심각성도 문제지만 단기투기장화에 따른 역기능과 부작용을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
증시는 꾸준히 안정성장 토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러운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고 우리의 증시가 중·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은 것으로 보아 크게 틀림이 없다. 증시의 속성에서 투기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최근 우리 증시의 단기과열기미는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넘치는 부동자금, 부동산투기억제와 중간평가에 대한 낙관, 「재테크」경향 등 호재와 긍정적 투자분위기는 노사분규, 불안한 경기전망과 통상마찰 등 악재보다 더 평가되어 증시가 활 황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주가가 지나치게 단기 급등하여 투기장이 되면 증시는 직접금융시장으로서의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증시는 여유자금을 산업자금으로 연결시켜 경제성장에 기여해야 되는데 투기장이 되면 그런 기능이 저해된다. 또 지금과 같 은 증시 상황이 계속되면 불로소득의 사회풍토를 부채질할 염려도 있다.
다함께 증시의 안전성장에 관한 문제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렇다고 지난날 누누이 시행착오로 반복한 규제와 부장 같은 인위적인 개입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증시안정책은 우선 시장기능을 보완하는데서 찾아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과잉유동성 흡수노력과 함께 상품의 물량도 확대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여유 돈들이 몰릴 곳이라고는 증시와 부동산 밖에 없는 실정이고 부동산투기는 그나마 정부에서 강력히 대처해 증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증시의 급 과열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우리 경제의 성과와 전망을 기초로 합리적 투자풍조를 유도하는 정책개발이 중요하다. 그 중 하나는 생산부문에 힘을 기울이는 정책이념을 굳히는 것이 될 것이다.
자본시장의 국제화가 임박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증시의 안정성장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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