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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전달 체계 7월 시행 앞두고 "냉가슴"|대학병원 자구책 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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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는 7월 전국민 의료보험과 함께 적용되는 의료 전달 체계의 개편 시행을 앞두고 3차 진료 기관인 대학병원들에 「비상」이 걸렸다.
의료 전달 체계가 제대로 확립될 경우 가벼운 증세의 환자는 병·의원급 1, 2차 진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병원의 입장에서는 당장 병원 수입 중 평균 40% 내외를 차지하는 외래 수입이 크게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각 대학병원들은 이에 따라 ▲응급실의 강화 ▲특수 클리닉의 활성화 ▲환자들이 바로 1차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보험이 적용되는 가정 의학과의 신설 또는 강화 등 수입 감소를 보전키 위한 자구책의 마련에 나름대로 부심하고 있다.
특히 3차 진료 기관인 종합 병원에 환자를 보낼 「환자 이송권」을 쥐게 될 의원과 병원급등 1, 2차 진료 기관들에 대한 홍보 전략을 짜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 2차 진료 기관을 「협력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개원 의사를 대학 외래 교수로 발령하고 ▲동창 관계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등의 묘안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학병원에 따라서는 지금까지의 「병원 중심적 사고」를 「환자 중심적 사고」로 전환,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바람직한 제안도 나오고 있다.
대한 병원 협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1, 2차 기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3차 기관으로 갈 경우 진료비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토록 한 의료 전달 체계가 원칙대로 시행되면 외래환자 50%, 병원 수입 15%가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른 대책의 하나로 각 대학 병원은 특수 클리닉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순용 한양대 의료 원장은 『대학 발전을 위해 추진해 온 특수 클리닉을 한층 더 강화, 소화 기병 센터를 조만간 설립키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보사부의 시행 세칙이 아직 나오지 않아 직접적인 대책은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려대 의대는 성인병·순환기계·소화기계 특수 클리닉·암 병원 ▲한림대 강동 성심 병원은 노인병 센터 ▲국립 의료원은 외상 센터·알콜 중독 센터 ▲중앙대 의대는「1과당 1클리닉」 운영을 구상하고 있는 등 각 종합 병원마다 병원의 특수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각 대학 병원들은 응급 환자의 경우 3차 기관에 바로 가더라도 보험 급여의 대상이 된다는 예외 규정 때문에 응급실에 환자가 크게 몰릴 것으로 예상, 응급실 강화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고려대 의대 서원혁 교수 (진단 방사선과)는『 지난 1월말 있었던 의료 전달 체계 대비 분임 토의에서 응급실의 활성화 방안이 폭넓게 논의됐다』고 밝혔다.
연세대·카톨릭 의대·고려대 등 각 대학 병원은 지금까지 인턴·레지던트 등 수련의 중심으로 운영돼 문제점이 많았던 응급실에 응급 의학 전문의를 비롯, 내과·외과·정형외과 등 전문의를 상시 배치하고 응급 환자용 병상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의 조치로 응급실에 몰릴 환자를 적절히 진료하는 시스템도 구상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1차 진료에 해당되는 환자를 가정 의학과로 유치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
연세대 보건 대학 원장 김일순 교수는 『의료 전달 체계가 이대로 시행되면 의료 사고와 의료 분쟁의 급증도 예상된다』고 지적하고 의원급의 진료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대학병원에 치중했던 의료 기기 시설의 차관, 면세 정책 등을 병·의원급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립 대학교 의료 원장들은 지난 14일 롯데호텔에서 회의를 갖고 의료 전달 체계의 전격적인 시행은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비교적 가벼운 질병을 다루는 기회를 줄어들게 해 전문의·수련의 교육에 큰 차질이 예상되며 ▲외래 수입의 30% 이상 감소로 병원 경영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 점진적 시행 등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해 주도록 정부 당국에 건의키로 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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