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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충격 커 선진국선 파업 자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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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와 서울지하철 노조의 힘 겨루기 속에서 16일 강행된 서울지하철 파업은 철도파업의 영향력을 실감시키는 한편 그 공익성을 다시금 생각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철도파업은 1946년 9월. 좌익계인 전평(조선노조전국평의회)이 벌였던 전국철도총파업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동안 금기 시 되어 오다 지난해 7월, 4천여 철도청 기관사의 파업에 이은 이번 지하철전면파업으로 현실문제로 다가왔다.
철도는 한나라의 동맥을 관리하는 기간산업이어서 파업의 영향력이 커 각국의 노동운동사에서 중요한 줄기를 차지하면서 공익과의 마찰로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때문에 자본주의 선진국대부분이 이같은 노사양측의 마찰요인을 최소화, 20세기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철도파업은 과거의 노동운동교훈으로 남아 있을 뿐 거의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1800년대 말부터 철도파업을 겪어 온 일본·영국·미국·프랑스 등의 파업사례와 교훈 등을 더듬어 본다.
일본에서의 첫 대규모 칠도(국영) 파업은 1898년. 기관사의 처우개선요구에 회사측이 해고로 맞서자 전국노선의 기차를 멈추어 버려 큰 사회적 충격을 주었으나 근로조건의 개선효과는 거두었다.
또 1911년 겨울에는 동경시영 전차근로자 6천여 명이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45년 12월에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쟁의에 들어간 경성전철이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조합의 힘으로 전차를 운행하고 승객을 무료 수송하는 무임승차 전략을 활용했다.
그런 다음 평소보다 차량을 증차하고 요금을 받아 쟁의가 해결될 때까지 노조가 수입의 관리까지 하는 방식을 써 쟁의를 타결시켰다.
「생산관리투쟁」으로 불린 이 방식은 제철 등 다른 산업에도 파급됐으나 얼마 뒤 불법화됐다.
47년에는 철도·체신·교원·지방공무원 등 공무원들이 저임금개선을 목표로 총파업의 목전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2백60여만 명의 공무원들이 공동투쟁조직까지 만들어 2월1일 총파업을 준비했으나 1월30일 맥아더 사령관의 파업금지명령(공무원의 근로조건개선전제)을 파업지도부가 수용함으로써 철도마비 등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국가위기에 따른 근로자들의 선택이었다.
영국은 1911년에 첫 전국적 철도파업을 경험했다. 철도근로자들은 이를 통해 파업권을 쟁취하고 처벌 없이 복직하는 결실을 얻는다. 이로 인해 철도 노조는 노동계의 최대그룹으로 떠올랐고 탄광·운수노동자와 함께「삼각동맹」을 맺어 노동운동을 주도한다.
파업중인 생산업체 근로자의 요청으로 해당업체 제품의 수송을 거부하는 동맹파업까지 유행하는 철도파업 만능시대도 겪는다.
1919년 9월에도 10일간 철도파업이 전국을 휩쓸었고 1926년 5월의 석탄산업근로자 처우악화를 반대하는 총파업에서도 철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 산업근로자 5백여 만 명이 참여한 이 쟁의는 「산업마비」사태까지 빚어 정부에 충격을 주었으나 뒷감당을 하지 못한 노총지도부는 10일만에 파업중지 명령을 내려 굴복하고 만다. 광부들만은 6개월 이상 저항을 계속했으나 결국 굶주림으로 손을 들고 말았다.
이 사태 후 정부·기업의 반격으로 근로조건이 더 악화되고 파업규제법이 만들어지는 역현상도 초래됐다.
영국의 노조는 이후 세력을 회복, 노조에 기반을 둔 노동당정부까지 출범시켜 각종 사회복지시책을 도입시키지만 파업의 일상화가 경제의 퇴보를 가져와 최근에는 보수당에 정국의 주도권이 넘어가 있다.
1877년 7월에 일어난 미국철도파업은 미국사상 최초의 전국파업. 임금인하에 반대한 이 파업은 철도파괴를 수반해 결국 군대와의 격돌로 수십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부상한끝에 진압됐다.
철도노동자가 노동운동의 정면에 위치하게 됐으나 공익침해라는 비난으로 종결됐다.
프랑스에서는 86년 10월 철도·전기통신·학교 등 공공부문 근로자 6백여 만 명이 파업을 벌인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철도 등 공무원파업이 벌어져 정부와 시민을 곤경에 빠뜨렸었다.
철도파업은 공익사업 종사자도 노동기본권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자연법 적 원칙과 시민의 공익을 볼모로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사이에서 역사 속에서 관행이 정립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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