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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대표팀 숙소는 쾰른 아니거든 ~ 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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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어머~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여기하고 쾰른은 엄연히 다르지요. 쾰른이나 마찬가지라니요."

장터처럼 소란스러운 환영 행사가 끝난 뒤 한국 선수단이 묵은 슐로스 벤스베르크 호텔(사진) 앞에서 작은 말다툼이 일었다. 베르기슈글라트바흐에 사는 김영희(63)씨가 한국 기자 한 명을 붙들고 다짐하듯 말했다.

"여기는 쾰른 아니에요. '베아기시 글랏박(표기상으로는 베르기슈글라트바흐)'이에요, '베아기시 글랏박'. 엄연히 달라요."

"그래요? 축구협회 보도자료에는…."

"아, 그거 잘못된 거래도요?"

곁에서 듣고 있던 교민 김대근(61)씨가 끼어들었다.

"여기가 레버쿠젠 아닌가요?"

김영희씨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레버쿠젠은 또 왜요?"

"우리 오플라덴처럼 여기도 행정관할은 레버쿠젠에서 하는 것 같던데?"

"그건 모르겠어요. 아무튼 우리 선수들 묵는 여기는 베아기시 글랏박이니까 그렇게만 아세요. 베아기시 글랏박."

김대근씨가 웃으면서 김영희씨의 등을 다독였다.

"김 여사, 그래요. 베아기시 글랏박. 하지만 쾰른이건 레버쿠젠이건 우리 선수들 누가 안 들고 가요. 준비 잘해서 이번에도 4강 했으면 좋겠어요."

김영희씨는 옅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며 한국 선수들이 묵는 객실 창문을 오래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원~ 세상에, 쾰른이 다 뭐야?"

베르기슈글라트바흐=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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