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근로자 가족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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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나이지리아 무장단체에 납치된 한국인 근로자 가족들은 7일 무사 귀환을 바라면서 애를 태웠다.

대우건설 김상범(49) 과장의 부인 한순연(48.부산시 우동)씨는 "대우건설로부터 남편의 피랍 사실을 들었다"며 "가슴이 떨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18년 전부터 나이지리아 현장에서 일해 왔으며 6개월에 한 번씩 휴가를 얻어 가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창암(45)씨의 부인 정모(38.전남 순천시)씨는 "너무 불안하고 초조해 아무 일도 못하고 전화통만 붙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일 오후 8시30분쯤 남편과 인터넷 화상전화를 했는데 남편이 '나이지리아 정세가 불안하지만 잘 지내니 걱정하지 마라'고 몇 번씩이나 말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여수산업단지에서 근무하다 2004년 10월 대우건설 전기기술자로 채용돼 나이지리아 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미혼인 김희동(30)씨의 가족들은 부산 부암동 자택에 머물며 외부와의 접촉을 삼가고 있다. 부친 김광한(60)씨는 "현지 대사관이 나이지리아 정부 등과 협조해 석방 협상을 한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김옥규(40) 과장의 부인 이모(39.경기 성남시)씨는 "4월에 휴가차 왔다 갈 때 남편이 귀국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아 좋아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씨는 "예전에 애기 아빠가 (나이지리아 현지에서는) '돈을 노려 가끔 이런 일을 벌이는데 협상으로 잘 해결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 과장은 가스 플랜트 시설 시운전.교육훈련 요원으로 2003년 11월 파견됐다.

한국가스기술공사 권혁준(39) 대리의 경기도 안산 집에는 부인 박영화(35)씨와 두 자녀가 슬픔에 빠졌다. 박씨는 "오후 1시45분쯤 회사로부터 '인명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고 금전적인 협상 요구가 있을 것 같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피랍 하루 전날 e-메일을 통해 남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권 대리는 가스기술공사 경인사업소 기전부 소속 전기기술자로 2003년 10월 파견돼 이달 말 귀국할 예정이었다.

정영진.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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