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교과서에도 한국 역사 왜곡|미 대학교수가 쓴 고교 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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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역사교과서에서 한국문화의 뿌리가 중국에서 비롯됐고 일본의 고대한국지배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등 한국역사가 심각하게 왜곡된 채로 교육되고 있다.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학「폴·토마스·웰시」교수가 저술한『The Hum an Expression-A History of the World』라는 제목의 이 책은 뉴욕의 맥밀란 출판사 보급으로 미국전역 상당수의 고등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중국 등 동양사 부분에 있어서는 일본 역사학계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일본중심의 편향된 동양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역사를 기술하면서 ▲한국은 자체의 고유문화를 갖지 못하고 중국문화권에 속해 있으며 ▲인종적으로도 한국인은 몽고와 중국인의 혼혈이고 ▲일본이 고대에 한국의 남부지방을 점령했다는 임나 경영 설을 그대로 수용하는 등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또 한국인의 조상은 기원전에 한반도에 이주, 원주민을 지배한 중국과 몽고의 혼헐 족이고 한국은 중국의 사상· 문자·종교를 모방해 왔다고 기술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 일본은 고대부터 한국에 영향을 미쳐 왔으며 신무 천황시절인 서기 200년께 한국의 일부를 점령해 7백년 동안이나 통치했다고 기술했다. 이같은 미국 학자의 한국관계 역사에 대한 무지는 주로 풍부한 일본측 자료를 통해 학설을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60년대 이후 경제력을 배경으로 막대한「연구기금」을 미국학계에 제공, 자국의 역사 및 문화를 국제적으로 미화하는 작업을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교과서의 한국역사 왜곡은 지난 85년에도 문제가 돼 재미교포들이 항의를 제기하자 당시 왜곡된 교과서를 사용하던 뉴욕 헌터고등학교 등에서 새 역사교재를 채택했으나 새 교과서 역시 내용에 있어서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뉴욕의 교포들은 그릇된 한국역사교육이 한국에 대한 인식을 흐리게 하고 자녀와 부모간 교육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고 왜곡교과서 시정을 위한 범 교포 적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뉴욕지사=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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