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개똥녀 '버스 아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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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4월 말 늦은 밤 홍콩 시내를 달리는 이층 버스 안. 큰 소리로 통화 중인 중년 남성에게 20대 청년이 "아저씨, 목소리 좀 낮춰 주실래요"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중년 남성은 사과는커녕 뒤돌아서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며 퍼붓기 시작했다.

"나 스트레스 받고 있거든. 너도 스트레스 있을 것 아니야. 그런데 왜 나를 자극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중년 남성의 폭언은 6분간 이어졌다. 이 장면(사진)은 다른 승객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일명 '버스 아저씨'라는 제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운로드 횟수가 500만 번을 넘었고 '나 스트레스 받는다'는 유행어가 됐다. 휴대전화 벨 소리와 랩 가사로도 만들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는 7일 "이번 사건은 현대 도시인이 스트레스 속에서 사는 각박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줘 반향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홍콩 언론은 몇 주 동안 추적한 끝에 중년 남성이 한때 정치에 뜻을 두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황당한 인기 덕분에 그는 최근 한 레스토랑 체인의 홍보담당으로 발탁됐다. 이번 '홍콩판 개똥녀 사건'에 대해 네티즌은 우선 중년 남성의 무례를 비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버스 아저씨'가 말한 스트레스에 공감하기도 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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