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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대안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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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이 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열린우리당 지도체제의 가닥이 잡혔다. '김근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유력하다. 열린우리당은 7일 의원총회와 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 체제로의 전환을 의결했다. 회의는 비상대책위 위원장과 위원들을 뽑을 8인의 인선위도 확정했다. 인선위는 최고령자인 이용희 위원장 외에 신기남.이부영.임채정.문희상.유재건 전 당의장과 김덕규 국회 부의장, 김한길 원내대표로 구성됐다. 이들은 8일 회의를 하고 비대위원장과 위원을 일괄 발표할 예정이다. 여당 중진 8인은 사실상 김근태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결론짓고, 비대위원 인선을 위한 여론 수렴 작업에 들어갔다. 비대위원에는 개혁파와 실용파, 3선 이상 중진과 초.재선 중에서 대표성을 가진 인물들이 다양하게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 "추락하는 비행기, 파국부터 막자"=잇따라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와 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는 '수습론'이 주도했다. 중진들과 중도파 초선 의원, 정동영 전 의장 측 의원들은 김근태 대안론으로 의총 분위기를 유도했다. 유인태 의원은 "특정인에 대해 '된다 안 된다'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김근태 비토론을 견제했다.

정동영 전 의장 측의 정청래 의원은 "지금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는데 자칫하면 몰살한다"며 "누군가 랜딩기어를 잡아야 하고 김근태 최고위원이 순리"라고 했다.

중진 모임의 일원인 임채정 의원은 "대선 후보는 안 된다고 하는데 차라리 대선 후보가 되려는 사람이 모든 것을 걸고 해야 한다"고 했다. 조경태 의원이 "대권 후보나 계파 수장은 비대위에 포함돼선 안 된다"며 김근태 반대론을 제기하자 반박한 것이다.

◆ 예고된 노선 갈등=비대위 구성과 운영을 놓고 빚어졌던 계파 간 힘겨루기는 뇌관으로 남았다. 특히 선거 패배의 원인을 놓고 시작된 여당 내 노선 갈등은 오히려 의총을 통해 공식화됐다. 경제관료 출신인 정덕구 의원은 "선거 패인은 정부.여당을 좌파 정권이라고 보는 국민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고, 정부.여당이 시장에 오만했기 때문"이라며 부동산.기업 정책의 수정을 요구했다. 이 말엔 개혁 지향성을 보이는 김근태 진영이 과연 정책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반문이 숨어 있다. 반면 임종인 의원은 "여당 패배는 서민.중산층이라는 지지층을 무시한 채 친(親)부유층 정책을 펼친 때문"이라고 했다. 노선 갈등이 또다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 김근태 누구인가=김근태 의원은 재야 출신 정치인 그룹을 대표한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재야파란 이름으로 정동영계와 함께 양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71년 서울대 내란음모사건으로 수배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투옥과 수배로 점철된 젊은 시절을 보냈다. 96년 15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서울 도봉갑에서 내리 3선을 했다. 2003년 9월 열린우리당의 전신인 국민참여통합신당의 원내대표로 신당 추진을 진두지휘했다. 개혁성이 강하지만 부드럽고 합리적인 성품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김 의원이 이끌게 될 비대위 체제는 내년 2월 전당대회 전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그에게 비대위원장이란 자리는 기회이자 위기다. 당장 7월 재.보궐 선거가 있다. 수도권에서 다시 전패할 경우 또 책임론이 고개를 들지 모른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그로선 사실상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김정욱.채병건.이가영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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