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사 탄핵 결의는 법적 효력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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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7일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의결한 ‘법관 탄핵 촉구안’의 법률적 효력을 부인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법관회의는 지난 19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동료 판사들 탄핵 촉구안을 의결했고, 그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법관대표회의 관련 국회에 답변 #“대법원장에 건의한 것도 아니다” #야당 “법관회의 정치성 자인한 셈”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법관대표회의 탄핵 관련 의견서’에서 “법관회의의 의결 내용은 다른 헌법기관에 대한 법률적 효력이 전혀 없고, 다른 헌법기관에 탄핵을 촉구하는 등의 형식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법관대표들이 소속 법원을 대표하느냐는 곽 의원의 질의에 “법관회의 규칙상 법관 대표들이 그 소속 법원 판사들의 다수 의사에 반드시 기속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대법원은 이어 “설령 법관대표들이 그 소속 법원 판사들의 다수 의사에 반드시 기속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관대표들이 중요한 의사를 표명함에 있어서 소속 법원 판사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존중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의견 표명 여부에 대해선 “법관회의가 단순히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서 그 의결은 특별한 법적 효력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에게 어떤 건의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같은 이유에서 대법원이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법관회의는 지난 20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자문서 형태로 탄핵 촉구안을 전달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공식 건의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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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법관회의 의결 과정에서 보듯이 반대 의견도 상당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법원은 의결의 형태로 제시된 의견은 물론 그와 다른 다양한 의견들도 함께 경청하면서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법관회의에선 총 105명의 대표판사가 논의에 참여해 53명이 결의안에 동의하고 52명이 반대 또는 기권했다. 다만 당초 논의할 예정이었던 법관 탄핵소추에 대한 대표판사들의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거나 촉구하는 방안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채택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곽상도 의원은 “대법원이 자문기구인 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 탄핵 촉구안의 법적 효력 등을 모두 부인했다”며 “결과적으로 법관대표회의가 정치적 행위를 했다는 것을 대법원이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선 탄핵소추 대상자를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징계가 청구된 판사 13명을 중심으로 탄핵소추 대상자를 선정하는 실무 작업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탄핵소추에 강하게 반대한다. 법사위 관계자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결과를 내기 위해선 다음주까지 탄핵소추 대상자를 추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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