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시설 감액하자 울먹인 기재부 차관…여야 ‘비정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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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안상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25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는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2019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면서 ‘비정 공방’이 벌어졌다. 12월 2일인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다가오면서 여야 간 기 싸움도 점차 고조되는 모양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국회 예결위 간사와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서로 인사도 없이 자리에 앉고 있다. [뉴스1]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국회 예결위 간사와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서로 인사도 없이 자리에 앉고 있다. [뉴스1]

이날 여야는 양성평등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에 대한 내년도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61억3800만원을 놓고 충돌했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가 정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비용을 지원받는 ‘시설 아이 돌봄 서비스’ 예산이 문제가 됐다.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17억1900만원 감액을,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61억원 감액 의견을 냈다.

송 의원은 “이 사업이 중요하다는 데 충분히 동의한다. 인식은 같이한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곤란하다. 국가가 한번 들어가기 시작하면 다른 유형의 기관 시설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감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JTBC 방송 캡처]

[사진 JTBC 방송 캡처]

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실제 저희 직원들이 시설을 방문했더니 공통적인 현상이 한부모 시설에 있던 아이가 나중에 보면 고아원에 가게 된다. 고아원에 가면…”이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한부모 시설에 있는 동안 아이들이 자립 기반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지난 정부 때 김 차관의 자리에 있었던 송 의원은 “현직 차관에 있을 때 방문도 했고 봉사도 했기 때문에 (김 차관 얘기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런데 재정 운영을 볼 때 개별적으로 호의적인 감정적인 감성적인 그런 부분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차후에 영향을 미치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지지 않았다.

그러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송 의원에게) 충분히 동의하지만 예산을 삭감한다는 건 비정해 보인다”고 말하며 ‘비정 공방’은 시작됐다. ‘비정’이라는 표현을 놓고 한국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말을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송언석 의원)
“송언석 의원이 따뜻한 마음이 없다고 비정하다고 하는 건 납득할 수 없습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

“비정하다는 말은 취소해주세요.” (송언석 의원)
“송 의원 개인을 지적한 건 아니잖아요.” (박찬대 의원)

“비정하다는 말은 취소해달라”는 송 의원 요청에 박 의원은 “송 의원 개인을 지적한 것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비정 공방’은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한국당 소속 안상수 예산소위 위원장에게 중재를 요청하며 마무리됐다. 안 위원장은 “상임위 안을 수용하는 가운데 보류해 다시 좀 더 논의하시라”며 정회를 선포했다.

결국 이 예산은 17억원가량을 삭감하자는 상임위 안을 수용하기로 하고, 최종 결정은 위원장과 각 당 간사 등으로만 이루어진 소(小)소위원회에서 하기로 보류됐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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