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토고 연습장에 감독이 안 보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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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토고 선수들이 6일 독일 방겐의 숙소 부근 구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방겐=연합뉴스]

한국의 첫 상대인 토고가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토고 선수들은 6일(한국시간) 훈련이 예정됐던 방겐 알고이 스타디움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숙소 뒤편 인조잔디 구장에서 훈련했다. 그러나 오토 피스터 감독과 함베르크 코치는 보이지 않고, 그냥 선수들만 조기축구회처럼 개인 훈련을 했다. 훈련이라기보다 몸 풀기였다. 현지에서는 월드컵 출전수당으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토고 대통령의 형인 로크 냐싱베 축구협회장이 선수단 숙소를 방문해 보너스 문제를 협의하는 등 사태 진화에 애를 썼다. 일부 외신은 "선수들과 상호 납득할 만한 공통점을 찾았다"는 냐싱베 회장의 말을 인용해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도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끝내 정상 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하멜 헤디 토고 대표팀 연락관은 "토고팀에서 회장과 선수단 사이에 미팅이 있다고 알려왔다"며 "아마 재정적인 문제인 듯하다"고 말했다. 토고 선수단은 그동안 수당을 놓고 협회와 극심한 마찰을 빚어 왔다. 선수들은 출전수당 15만5000유로(약 1억9000만원)에 승리수당 3만 유로(3600만원)를 요구했다. 축구협회는 12만 유로의 출전수당에 승리수당 3만 유로, 패배시 1만5000유로 안을 제시했지만 타결을 짓지 못하고 있다. 피스터 감독은 3일 리히텐슈타인전을 앞두고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보너스 문제는 협회장이 해결했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5일엔 "토고에만 그런 일이 있는 게 아니다"며 말을 바꿨다.

토고는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도 출전수당 문제로 홍역을 치른 전력이 있다. 국민소득이 1500달러에 불과한 토고에서 축구 선수들은 대개 30~40명에 달하는 일가 친척의 유일한 희망이다. 보너스는 이들에게 조국의 명예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방겐(독일)=이해준 일간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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