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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이 벌어 어머니·동생 모셔오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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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바~안갑습니다. 반갑습니다."

5일 밤 9시 대전시 서구 둔산동 청암빌딩 8층 '평양모란호프'. 업소 중앙에 자리 잡은 무대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최정희(39)씨 등 여성 새터민(탈북자) 4명이 북한의 인기가요 '반갑습니다'를 열창했다.

2월 4일 문을 연 평양모란호프는 최씨 등 20~30대 여성 새터민 5명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150여 평 넓이의 호프집을 연 것은 지난해 12월 말 대전새터민후원회 주최로 목원대에서 열린 새터민위안잔치가 계기가 됐다. 행사에 참석했던 최씨가 새터민 후원회 노재경(44) 회장에게 "조그만 가게를 운영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2004년 10월 탈북하기 전까지 북한에서 판매원 등으로 일한 적이 있어 장사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자 노씨가 "내가 갖고 있는 청암빌딩에서 호프집을 운영해 보는 게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최씨는 뜻을 같이하는 새터민 4명과 함께 영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2004년부터 올해 초까지 중국.캄보디아.몽골 등을 통해 북한을 탈출한 '새내기' 새터민들로 대전에서 각자 10여 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들이 호프집 운영을 위해 투자한 돈은 최씨가 보증금으로 낸 200여만원이 전부다. 최씨가 대표를 맡고 나머지는 종업원이다.

이들은 "정착금 1000여만원은 대부분 탈북알선 브로커에게 지불해 남은 게 없다"고 말했다.

메뉴는 맥주와 양주는 물론 백두산 들쭉술.대동강맥주 등 북한산 술 10여 가지다. 술값은 기존 업소에 비해 30~50% 싸며 틈틈이 북한가요와 남한의 유행가를 불러준다.

이들은 월평균 16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 가운데 임대료와 관리비 등으로 500여만원을 내고 월급으로 80만~100만원씩 받는다.

남한에 온 지 5개월 된 고은주(24.가명)씨는 "빨리 돈 벌어 함께 탈북해 중국에 머물고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남한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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