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북 한강변도 버블? 선거 뒤 개발 기대감에 일부 뉴타운 평당 4000만원 넘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뉴타운·뉴시티 개발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의 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으로 재개발이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광역 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도 다음달 시행된다.

하지만 재개발 시장은 양극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여건은 좋아지겠지만 일부 인기지역에만 투자관심이 높아지는 편중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각종 규제로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재개발에서도 돈 될 만한 곳으로만 투자자가 쏠리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남동과 성수동 등 한강변을 제외한 강북권 대부분의 재개발 사업장은 썰렁한 분위기다.

가격이 치솟는 인기지역에선 거품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기대감을 가지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가격에 거품 없나=인기지역 재개발 지분 가격이 최고 평당 4000만원을 넘기면서 투자성이 불안해지고 있다. 너무 오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재개발 투자성을 가늠할 수 있는 변수는 주변 시세와 용적률·조합원 수 등이다. 주변 집값이 비쌀수록 일반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 용적률이 높으면 일반분양할 가구수가 늘어난다. 전체 가구수에서 조합원 몫을 뺀 물량이 일반분양되기 때문에 조합원 수가 적은 게 유리하다.

중개업소들은 인기 지역의 현재 시세로도 투자성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한남뉴타운 우리공인 관계자는 “시티파크 등 용산구 내 비교할 만한 아파트 시세가 평당 3500만∼4000만원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남에서도 일반분양분을 평당 2000만원까지 받을 것으로 보면 지분 시세가 평당 20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중개업소들은 말한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시세가 특별법 시행으로 용적률이 당초 예상보다 50% 포인트 가량 올라갈 것을 전제로 형성된 것이어서 투자성이 불투명하다.

J&K 백준 사장은 “특별법 기대감이 시세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특별법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기대만큼 용적률을 뽑지 못할 경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조합원이 많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의 시세는 불안하다”며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변수다”고 말했다.

◆한강변에만 쏠리는 투자= “한 달 전 평당 4000만원까지 오른 대지지분 10평 미만짜리 연립주택이 며칠전 평당 4999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내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뉴타운이 늘더라도 강북개발의 중심지역인 한남뉴타운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남뉴타운과 함께 서울시 강북개발계획인 유턴프로젝트의 축인 성동구 성수동 일대 낡은 다세대주택 등도 상한가다.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고 가격도 평당 2000만원이 넘는다. 수도권에선 판교·송파신도시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성남 재개발시장이 달아오른다. 사업이 빠른 단대구역의 경우 대지지분 17∼20평짜리 단독주택값이 평당 1500만원 선이고 이보다 대지지분이 작은 연립은 평당 2000만원 이상 줘야 살 수 있다. 단대동 산하공인 박정연 사장은 “한 달 새 최고 평당 100만원 정도 올랐고 매물이 없어 거래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강남권 뉴타운으로 큰 관심을 끈 송파구 거여동 등 거여·마천뉴타운은 요즘 썰렁하다. 거래가 드물어 시세 형성도 제대로 안된다. 거여동 K공인 박모 사장은 “강북개발의 중심지역으로 용산과 뚝섬 일대가 부각되면서 이곳이 빛을 못보는 것 같다”며 “10평미만짜리의 호가는 평당 3500만원선으로 변동이 없지만 매수세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시범뉴타운인 성북구 길음뉴타운과 성동구 왕십리뉴타운도 조용하다. 길음뉴타운의 경우 7·8구역에서 최근 사업승인을 신청했지만 가격은 3개월전과 비슷하다. 30평형대 아파트를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3평짜리 대지지분이 2억4000만∼2억5000만원이다.

왕십리뉴타운에서도 2구역이 지난달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며 사업속도를 내고 있는데도 투자자들의 발길이 뜸하고 동대문구 휘경·이문뉴타운 등도 한산하다.

동대문구 드림공인 권순형 사장은 “뉴타운이 확대되더라도 부동산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선 투자자들이 양보다 질을 따진다”며 “투자성이 높다고 보여지는 일부지역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