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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인식 카메라 오작동에 대대적 망신당한 中 CE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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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행사에 참석한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한 행사에 참석한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서 굴지의 에어컨 제조기업 ‘거리전기(격력전기, 格力电器)’의 여성 CEO 둥밍주(董明珠)의 얼굴이 버젓이 대형 전광판에 실렸다. 안면 인식 카메라가 도로 위에서 포착한 그의 얼굴을 중국 공안이 공개한 것이었다. “그가 무단 횡단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른바 ‘망신주기식 처벌’이다. 하지만 이는 오인(誤認)으로 밝혀졌다. 무슨 일일까.

 2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모닝포스트차이나에 따르면 안면 인식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둥밍주 회장이 아니라, 지나가는 버스에 실린 그의 광고용 얼굴 사진이었다.

 닝보시 공안은 도로 곳곳에 설치된 안면 인식 카메라를 통해 적발한 ‘무단횡단범’의 얼굴과 신상 정보를 이 전광판에 공개한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버스 광고에 실린 둥밍주 회장의 사진을 포착해 전광판에 전송한 것이다. ‘사진’을 ‘보행자’로 인식하는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다.

중국 저장성 닝보시 한 대형 전광판에 실린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의 사진. 이는 안면 인식 카메라가 오인한 것이었다. [SCMP 캡처]

중국 저장성 닝보시 한 대형 전광판에 실린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의 사진. 이는 안면 인식 카메라가 오인한 것이었다. [SCMP 캡처]

 잘못을 인정한 공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시나 웨이보’에 게시했던 둥밍주 회장의 사진을 즉각 삭제했다. 그런 뒤 “보안 감시 시스템의 오류를 줄이고자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이에 거리전기 측은 “닝보시 경찰의 격무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힌 뒤 “안전한 거리를 위해 교통 법규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시민들에게 주문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도심에 설치된 1억 7000만 대 이상의 보안 감시 카메라의 운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내 감시 카메라는 오는 2020년까지 4억 500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SCMP는 “중국 시민들은 사생활이 침해될까봐 우려하고 있다”며 “AI 시장의 글로벌 선두 주자가 되길 바라는 중앙 정부를 의식한 지방 공안이 안면 인식 카메라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 36세의 싱글맘이던 둥밍주는 ‘월급 3만원’의 영업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탁월한 영업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경영부장, 부사장을 거쳐 2001년 거리전기 사장에 임명됐다. 2년 뒤엔 제10차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 뽑혔다. ‘중국의 패도여총재(霸道女总裁)’라고도 불린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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