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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방사형', DJ는 '원추형, 노대통령은 '병렬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영삼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방사형'으로 효율적이지만 위험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원추형'으로 신속하지만 과부하의 단점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은 '병렬형'으로 민주적이나 제각각이 될 우려가 있다."

▶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최진 소장

대통령리더십연구소의 최진(崔進.경희대 겸임교수) 소장은 22~24일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프로이드적 관점에서 본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이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국정운영스타일을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어린시절 성장과정이 훗날 지도자의 리더십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DJ를 '좌고우면하는 역사적 지도자' '방어적 극복형'으로, 盧대통령을 '모험을 즐기는 개혁주의자' '파격적 측면돌파형'으로 각각 규정했다.

崔소장은 이번 특강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리더십 스타일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YS.DJ.노무현 대통령의 독특한 국정운영스타일을 비교했다. 역대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하는 국정운영 방식을 분석해 보면 크게 방사형과 원추형.병렬형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세 가지가 각각 YS.DJ.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과 흡사하다는 것.

그는 이어 세 가지 분류가 각 대통령의 청와대 및 홍보 시스템 운영방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병렬형인 盧대통령식 홍보 시스템의 경우 업무영역이 중첩되는 홍보수석과 대변인, 홍보기획·국정홍보·국내언론 등 4개 비서관들 사이에 이견대립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좀더 체제를 단순화하고 누군가 구심점을 설정해 놓아야 한다"고 崔소장은 제안했다.

박승희 기자

[서울여자대학교 특강 요지]

본 강의에서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3대 국정운영스타일에 대해 YS의 방사형, DJ의 원추형, 노무현의 병렬형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리더십 스타일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정운영 스타일은 대통령 자신은 물론 정책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역대 대통령마다 독특한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자.
국민의 정부의 중반 무렵이던 1999년 5월, 옷로비사건이 터지자 청와대의 일부 참모는 외국을 순방중이던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기에 급타전을 보내 ‘김태정 검찰총장 경질’안을 올렸다.

그런데 귀국 후 김 대통령의 결정은 정반대로 ‘김태정 법무장관 임명’이었다. 초기에 진정시킬 수 있었던 옷로비사건은 김 대통령의 오판(誤判)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또한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말 노동법 처리에 대한 그릇된 결정도 레임덕을 재촉하는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그릇된 판단은 국정 전반에 악영향을 가져온다. 특히 그것이 정책결정일 경우, 국민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그만큼 대통령의 정책결정방식은 중요하다.
역대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하는 국정운영방식을 분석해보면 크게 방사형과 원추형, 병렬형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세 가지가 각각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세 가지는 청와대의 운영방식, 홍보 시스템의 운영방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아래 세 가지 분류는 대통령-청와대-홍보 시스템의 운영방식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1) YS의 방사형, ‘효율적이나 위험’

플러스 리더십의 김영삼 정부에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책결정방식이다. 권력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이 빙 둘러 행정부와 국회,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형태이다. 이러한 장방형은 대통령의 한마디에 원형을 이루는 부처조직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원스톱방식이다.

당시 김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원종 정무수석이 청와대를 컨트롤하던 방식도 장방형이었다. 즉, 청와대의 한복판에 이원종 정무수석이 있고 그를 빙 둘러싸고 공보, 민정수석 등 주요 수석실이 있고, 밖으로 집권당과 공보처, 국정원, 비선라인이 에워싸고 있는 형태이다. 당시 이원종 수석의 말 한마디에 청와대 내부는 물론 오인환 장관의 공보처, 강삼재 의원의 신한국당, 김기섭 차장의 국정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잘 돌아갔다. 당시 이 수석을 두고 ‘부통령’이란 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방사형의 장점은 컨트롤타워가 뚜렷하고, 다양한 조직을 쉽게 가동할 수 있으며, 지휘체계가 효율적이다. 반면에 단점은 컨트롤타워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지원조직들이 일시에 와해되는 위험성이 있다. 컨트롤타워가 무너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무능력하거나 부패하면, 지원조직들은 빠른 속도로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방사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참모의 선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형은 잘만 운용하면 가장 효율적 정책결정방식이라고 생각된다.

2) DJ의 원추형, ‘결속력 강하나 하중 많아’

마이너스 리더십의 김대중 정부에서 잘 나타나는 정책결정방식이다. 장방형처럼 권력의 한복판에 대통령이 자리잡되, 행정부와 국회, 권력기관이 원형 내부에 있는 형태이다. 이러한 원추형은 대통령과 핵심 참모가 하나의 원형 안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울타리방식이다. 김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컨트롤하던 방식도 원추형이었다. 즉, 청와대의 한복판에 박 실장이 있고, 그 영향력 아래 다른 비서실과 행정부가 존재한다. 굳이 원추형이라고 표현한 것은, 뾰쪽한 상층부에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추형의 장점은 상층부의 지시가 신속하게 전달되고 보안유지에 용이하며 결속력이 강한 반면, 단점으로는 상층부가 받는 부담이 많고, 밖에서 돕는 지원세력이 취약하며, 폐쇄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박지원 실장이 공보수석 시절, 대통령과의 직보(直報)라인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았을 뿐, 집권당이나 국정원 등 외곽조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박 실장이 ‘부통령’보다 높은 ‘대통령’(代統領)이라고 불렸지만 실제로는 행정부나 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마음껏 좌지우지하지 못했던 것도 원추형의 정책결정방식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원추형은 핵심부의 리더, 즉 박지원 실장이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아 일당백의 몫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에게 많은 부담이 요구된다. 이런 원추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은 제2, 제3의 구심점을 대기시켜 놓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교체해가면서 힘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

3) 노무현의 병렬형, ‘민주적이나 제각각 우려’

개방적 리더십의 노무현 정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책결정방식이다. 노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적 지도자이기 때문에 강력한 중심부를 두지 않고 모든 조직이 비교적 동등한 위치에서 활동하도록 하는 병렬형을 선호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청와대를 보더라도 문희상 비서실장이나 유인태 정무수석, 또는 문재인 민정수석을 부통령이라고 보지도 않을 뿐더러 뚜렷한 구심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노 대통령이 참모들을 한두 뼘 위에서 관리하고 있는 방식이지 컨트롤하거나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가 아니다.

이러한 병렬형의 장점은 우선 민주적이며, 종합적 의견수렴이 용이하고, 상호조정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다. 반면 단점으로는 자칫 구심점이 없이 혼란스러울 수 있고, 책임전가 현상이 발생하며, 위기시에 우왕좌왕할 우려가 있다. 예컨대 홍보 시스템의 경우, 업무영역이 중첩되는 홍보수석과 대변인, 홍보기획·국정홍보·국내언론 등 4개 비서관들 사이에 이견대립이 발생했을 때, 어느 정도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병렬형은 좀더 단순화하고 누군가 구심점을 설정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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