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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드리는 말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어떤 후진국을 막론하고 선진국에 진입하기 앞서 발전과 퇴보의 갈림길이 되는 중요한고비를 맞는 것은 상례다.
우리나라가 지금 이 고비에 와 있으며 우리는 이제 선진국으로 가는 길과 후진국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양자택일에 서 있다.
우리경제는 최근 들어, 수출과 산업생산증가의 둔화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아직까지 경제의 기본흐름이 활력을 잃고 있지 않는 만큼 올해 8%성장은 어렵지 않게 전망된다.
그러나 장래에는 어려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부동산투기, 각 이해 집단의 소득 보상적 요구확산의 여파로 경제안정에 대한 불안요인이 가시지 않고 있고 원화 절상·임금인상의 영향과 통상마찰심화 등으로 수출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확실성 요인들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이 노사분규의 확산이다. 87, 88년 노사분규의 경우에는 우리경제의 성장여력으로 노-사 분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금년은 다르다. 이제 경기가 안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마당에 노사분규가 격화된다면 그것은 일시적인 생산·수출차질에 그치지 않고 산업기강과 기업의욕을 뿌리째 흔들어 선진국의 문턱에서 우리경제를 좌절시키고 말 것이다.
노-사 분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당사자간의 신뢰의 바탕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도 소극적 자세를 탈피해 노사갈등을 경제·사회발전의 적극적 동인으로 전환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불법적 집단 행동에 대해서는 노사를 막론, 공평하게 의 법 조치해 공정한 조정자· 감시자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업 측도 그 동안의 전근대적인 사고와 관행에서 벗어나 근로자와 노동단체들을 기업발전의 동반자로 받아들여 기업경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역사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나라가 흥한 예는 없다. 앞으로 21세기의 선진 한국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짧은 기간 내에 고도경제성장을 이뤘던 우리의 저력을 노-사 관계안정에도 발휘할 것이 요구된다.
공연히 국력을 낭비하지 말자. 후진국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선택하지 말자. 우리후손들에게 평화로운 산업사회를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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