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창작극」다시 무대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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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통상「초연=마지막 공연」이라는 창작극의 한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고전으로 이끌어 보려는「창작극 모음 재 공연」이 국립극단 사상 처음으로 시도돼 귀추가 주목된다.
국립극단(단장 장민호)은 최근 극단 레퍼터리 자문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과거 국립극단이 공연했던 창작극 가운데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을 가능한 한 같은 연출가에 의해 다시 무대에 올려 재평가를 거쳐 극단의 고정 레퍼터리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재 공연 대상 작품은 국립극장이 명동에서 장충동으로 옮긴 74년 이후 공연작품으로 국한 이 가운데 4∼5개 작품을 가려 금년 3월∼내년 초에 걸쳐 국립극장 대 극장 및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현재 재 공연 작품으로는『물보라』와『옛날 옛적에 훠워이 훠이』두 작품이 확정됐고 3개 작품이 후보에 올라 있다.
오태석 작·연출로 78년 국립극장에서 초연 됐던『물보라』는 한 작은 어촌의 만선 제를 중심으로 빚어지는 사건을 다룬 것. 초연당시 인간의 원형적인 삶을 무대 위에 재현하는데 성공했으며 무속과 바닷가 어촌의 현실적 생활을 교묘히 혼합시킴으로써 합리적인 생의 표피 밑바닥에 도사린 불안한 존재의식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제1회 서울 극 평가 그룹 최우수작품상 및 희곡 상을 수상했었다.
이 작품은 81년 제3 세계 연극제에서 재 공연되기도 했는데「창작극 모음 재 공연」에서 첫 작품으로 선정돼 15일까지 국립극장 소극장(평일오후 7시, 토·일요일 오후3시)에서 공연된다.
최인훈 작 김정옥 연출로 85년 공연됐던『옛날옛적에 훠워이 훠이』는 용마설화를 현대화한 작품·권위주의 체제에 도전하는 민중의 한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 작품은 9∼10월께 국립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내년 초에 공연될 후보작품은『무녀도』『사 추기』『비옹사옹』등 3작품. 김동리 원작 소설을 하유상 각색·허 규 연출로 79년 무대에 올린『무녀도』는 어머니 모화의 무속 신앙과 아들 욱이의 기독교 신앙이 맞부딪치면서 결국 아들을 죽음으로 이끈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 전통사회의 미신적 신앙이 안고 있는 폐쇄성 문제를 밀도 있게 묘사, 호평을 받았었다.
이강백 작·이승규 연출로 86년 대 극장에서 선보인『비옹사옹』은 고소설『옹고집전』을 현대화한 것.
수많은 허수아비의 등장과 집단군무를 비롯, 동적 효과를 높인 연출 법이 크게 주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오태석 작·연출로 79년 공연됐던『사 추기』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중년부부의 관계를 그린 작품.
국립극단 측은 이중 2개 또는 전부의 공연 여부를 검토중이다.
극단 측은 재 공연 작품마다 평가회를 갖는 것은 물론 자료보존을 위해 과거 공연당시 프로그램을 가지고 오는 이는 무료 관람케 하는 특전도 마련했다.
연극평론가 한상철 교수(한림대)는 국립극단의 창작극 재 공연에 대해『해당작품 자체의 생명을 영속화할 뿐 아니라 연극예술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작업으로 매우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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