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농정」의 자극제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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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농민운동연합이 농민운동단체들의 통합조직으로 발족,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끈다.
우리는 전농련 발족의 정치·경제·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보며 앞으로 전농련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부단히 주목코자 한다.
전농련이 농민운동의 자생적 조직으로 출범하게 된 배경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그 동안 「농민의 목소리」는 다원적이고 산발적인 임의조직을 통해 들리기는 했지만 전체의 통일된 것으로 수렴하여 보다 강도 있게 대변되지는 못했다.
경제단위조직으로 관 주도의 관료적인 농민단체들이 있기는 하지만 농민 스스로가 자발적인 의사의 집합체로서 만든 농민운동의 조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농정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공업화 우선 정책에서 소외된 농업·농민의 권익보호, 개방정책에 따른 농촌의 피폐현상 등 지금 우리 농업· 농촌이 당면한 과제는 난마처럼 얽혀있다.
농민들도 하나의 거대한 조직된 목소리로 이 과제를 푸는데 직·간접으로 참여함으로써 권익을 보호하려는 것은 시대적인 추세이고 당연한 권리이기도하다. 경제민주화 시대에 생산직 근로자를 위시하여 경제부문마다 이익집단들이 기득권옹호나 새로운 권익확보를 위해 온갖 민주적 방법을 동원하고있는 마당에 전체농민을 대표할 수 있는 조직체의 탄생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전농련 출범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동안 농민들의 주장이나 이익대변은 「가농」「기농」등 자생농민단체 등이 분산해서 해왔으나 이제는 하나의 연합창구를 통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전농련의 조직확대에 따라서는 경제운동에서 비롯된 농민운동이 정치·사회운동권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리라고 본다.
전농련이 제시하고 있는 자주·민주·통 일 등 3개 기본노선을 보면 이 같은 예상이 가능하다. 전농련은 더 나아가 주요사업과제로서 농민권익실현과 생존권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정책대안제시 이외에 민주화·통일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시하고 있는 점을 볼 때 행동양식과 반경을 어림하기에 어렵지 않다.
전농련의 발족을 보면서 국민들이 거는 1차적 기대는 농민들의 권익을 진실 되게 대변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고 있듯이 우리경제의 불균형시정과제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도시와 농촌의 격차다.
전농련은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제시 할 수 있는 정도의 조직으로 성숙되어 우선은 농정개혁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농정은 조변석개식, 탁상공논식 이어서 시행착오가 많았으며 관료적 권위주의에 젖어 농민들로부터 원성이 잦았다. 이제 전농련은 하기에 따라서는 정부와 농민사이를 원활히 할 수 있고 농민을 위한 참된 농정유도에도 한몫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갓 출범한 전농련이 뿌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농민운동을 통해 잘사는 농촌을 지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우리는 믿는다.
정부에서도 새로운 농민운동단체의 결성을 합리농정을 위한 자극으로 긍정적인 시각에서 받아들이리라 믿는다.
새로운 거대조직인 전농련의 탄생이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신선한 충격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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